이명박 정부로부터 대립의 남북관계와 소원한 한중관계를 물려받은 박근혜 정부는 6개월 만에 두 난제 해결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박 대통령은 돈독한 한미동맹을 계승 발전시키면서 튼튼한 안보태세를 강화하여 북한의 도발을 막고 핵 억지 태세를 구축하며, 미국과 글로벌 외교의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와 다른 점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있다. 지난 정부가 대미 일변도 외교로 대북정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오해받았던 것과 달리 새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이를 위해 한미동맹은 발전시키면서도 중-일 간 공정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주창자 역할을 자임했고 중국의 위상을 존중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동시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북한의 붕괴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진정성이 있음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북핵 문제에서의 진전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던 이명박 정부의 노선을 넘어서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발전시키면서 국제협력을 얻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병행전략을 추진했다. 한마디로 신중한 실용적 균형외교와 상식에 입각한 대북정책으로 중국의 신뢰를 얻었다.
그 결과 한미, 한중 관계가 다 우호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8·14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와 이산가족 상봉 합의로 남북관계는 정상화 과정으로 진입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상식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했고 협상 최종 과정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 주효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억지를 받아주거나 일방적인 지원을 약속하지 않고 우리가 주장한 상식과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규범을 북한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남북관계의 복원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향후 박근혜 정부가 우리의 의사만을 북한에 일방적으로 강요할 경우 북한이 반발하여 남북관계가 다시 긴장과 대립 국면으로 퇴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북한이 합의에 순응한 이유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인 것은 우리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주효한 것과 더불어 김정은 정권이 어느 정도 권력을 안착시킨 뒤 경제 재건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유일한 방도가 외자 유치이므로 이를 위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한 측면이 있다. 또한 북한이 북-중관계 정상화와 북-미 대화를 바라지만 이 양 강대국이 남북 대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전제조건으로 종용했다는 유리한 국제 환경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이 어느 정도 남북관계 개선과 국제 협력의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북-중관계가 개선되고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이 증가하는 동시에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이 우리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우리의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이 한층 유연하고 창의적이어야 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매우 까다로운 몇 가지 외교과제가 박근혜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북한이 핵 보유를 헌법에 명시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대북 불신이 매우 커 북한과의 대화 자체에 소극적이므로, 한국이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핵 군축회의를 열자고 억지를 부리는 북한으로 하여금 단시간에 핵을 포기시키는 것은 현실성이 크지 않으므로, 우선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핵 활동의 동결을 얻어내고 그 다음 단계로 핵을 포기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과의 공조는 물론이고 중국을 대북 압박과 설득에 동참시키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우리가 창의적으로 주도하여 한미중 3국이 공동으로 북핵 포기-보상안(Plan A)과 북한이 거부할 경우 적용되고 중국도 참여하게 될 가혹한 대북 제재안(Plan B)을 작성해 동시에 북한에 제시함으로써 북한이 최종적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을 활용하여 호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남북러 3각 경협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개혁 개방으로 인도하는 효과를 거두어야 한다.
일본과는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역사에 대한 올바른 성찰과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하면서도 우호적인 양국관계를 정립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회복하고 적절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일본이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에 이바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견지하여 평화를 지키고 미국과 중국에 대한 균형적 실용외교와 전방위 다자외교를 슬기롭게 전개해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입각하여 북한을 관리·통제하는 수준을 넘어 호혜적인 경협을 진흥하는 동시에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통일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대북정책을 펼쳐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고 동북아 공동 번영에도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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