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보수단체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원에 대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국민행동본부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대한민국지키기6·25국민대회조직위원회는 4월과 5월 “시종일관 적을 두둔하고 아군과 동맹을 비난하는 통진당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반국가적, 반헌법적 이적행위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면서 법무부에 해산 청원서를 냈다. 우리 헌법(제8조)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해산 청원서에서 통진당 강령에 명시된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종속적인 한미동맹 체제 해체 등은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전술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사망에 애도성명을 발표한 것이나 북핵을 두둔하면서 2012년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북한 압박 기만극’이라고 비난한 점, 전향하지 않은 반국가사범들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한 행위도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보수단체들이 청원을 낼 때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해졌다. 이석기 의원 등 통진당의 핵심 구성원 다수가 지하 혁명조직을 구성해 국가 기간시설 파괴, 총기 준비, 체제 전복을 모의한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통진당 주류 세력으로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의 행동강령에는 ‘진보정당을 장악한 뒤 적극적으로 의회에 진출해 결정적 시기를 준비하고, 결정적 시기가 되면 무장봉기를 통해 (북한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한다. 통진당은 모든 혐의를 ‘허위 날조’라고 주장하며 정당한 공권력 집행마저 저지하거나 방해하고 있다. 이런 정당을 과연 국법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활동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는 그동안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시장경제, 법치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 세력에 지나칠 정도로 관대했다. 종북 성향의 인사들이 국회에 진출해도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용인하거나 묵인했다. 종북 엄단은 고사하고 부정경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통진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처리마저 여야가 합의한 지 160일이나 지나도록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나치의 악몽이 있는 독일은 ‘자유의 적(敵)에게는 자유를 줄 수 없다’는 기조 아래 위헌 정당과 극단주의 단체들을 엄격히 제재했다. 신(新)나치주의 정당인 사회주의제국당과 독일공산당이 위헌 판결로 해산된 사례가 있다. 독일은 나치 깃발을 앞세우거나 나치식 경례만 해도 처벌하고, 급진주의자의 공직 진출을 차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위헌으로 정당이 해산된 적이 없다.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판결해도 강제 해산시킬 명문 규정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법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법 절차에 따라 통진당의 해산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한다. 법무부는 면밀한 법리 검토를 거쳐 정당 해산 사유가 된다고 판단된다면 주저 없이 헌재에 심판을 청구해야 할 것이다. 법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은 직무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