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데이비드 브룩스]중동, 종파 분쟁이 더 문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일 03시 00분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지금 세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시리아의 화학무기나 이란의 핵무기가 아니라 중동을 휩쓸고 있는 종파 간 갈등이다. 시리아 내전은 이슬람 종파의 대리전이자 확산되는 폭력의 발화점이다. 시리아 내전은 종교적인 이유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수니파와 시아파의 권력자들이 이를 종교 문제화하면서 이 지역에 분노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고 있다.

르완다 사태에 비견될 정도로 시리아 내전의 사망자 수가 급증하자 대량학살에 대한 우려로 멀고 가까운 곳에 있는 이슬람의 ‘신성한 전사’들이 시리아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분쟁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에서도 수니파와 시아파 간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이라크 사람들은 최근 10년간 경험한 것과 같은 최악의 혼란 상태로 퇴보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말이 들려온다. 심지어 터키 파키스탄 바레인 쿠웨이트로도 확산될 수 있다.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시리아 내전은) 2006∼2008년 이라크에서 일어난 국지적인 종교전쟁과 비슷하지만 더 광범위하며 미국의 적절한 중재가 없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앤서니 코드스먼의 분석에 따르면 이슬람권의 격변은 문명 간이 아닌 문명 내의 충돌에서 기인할 것이라는 말이 지난 한 해 동안 분명해졌다. 그는 시리아 내전은 이라크나 레바논에서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어떤 전문가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지속될 큰 권력 변화의 단초가 될 거대한 충돌을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 간 경계를 새로 획정한 것과 같은 그런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에서 미국의 철수와 재건 전략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꽤 명백해졌다. 미국은 이라크에 더 많은 군대를 남겨둘 수 있었고,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시리아에서도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적절히 개입해 시리아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발 늦었다. 이 때문에 종파 갈등의 불길이 이미 길들일 수 없을 만큼 커졌는지, 미국이 그 불길을 잡을 수 있는 전략을 가졌는지 등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향한 공습에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보다 광범위한 반종파적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최소한 3개의 전략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차단 전략이다. 각 나라의 내전을 그 국경 안에 묶어 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화해 전략으로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에서 외교적 기회를 찾는 것이지만 지금까지 그런 외교적 해결은 거의 모색된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는 중립적인 방법이다. 수니파 국가들은 미국에 중앙정보국(CIA)과 다른 미국의 힘을 활용해 자신들이 라이벌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다. 행정부는 그렇게 한쪽 편을 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효과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지금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미국이나 다른 외부의 개입이 종파 간 증오를 억누를지, 아니면 더 악화시킬지 명확하지 않다. 유명 외교관인 라이언 크로커는 “외부의 간섭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불편한 진실은 당분간 시리아의 불길이 계속 활활 타오른다는 것이다. 숲에서 발생한 거대한 화재 때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은 그 불길이 잦아들기를 바라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도 문제지만 진짜 끔찍한 것은 중동 지역 그 자체다. 시리아 사태를 다루는 모든 정책을 살펴보면 그것들이 모두 형편없거나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상황이 더 나빠져 최악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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