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주파수 경매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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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는 누구의 소유일까. 아무도 생산하지 않았으며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를 가진 사람도 없다. 전형적인 공공재로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주파수는 각국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 공공재를 통신사업자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주파수를 경매하자”는 주장을 처음 편 것은 1950년대 미국 시카고대의 로널드 코스 교수였다. 공개 입찰을 하면 해당 주파수를 이용해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높은 금액을 쓰게 되고, 결과적으로 한정된 자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1989년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미국 호주 영국 등 시장원리에 충실한 나라들부터 도입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경매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일본뿐이다. 우리는 2011년 처음 시행했다. OECD 34개국 중 33번째였다.

▷종전에는 정부가 심사해 할당하는 방식이어서 매번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휴대전화 가입자들은 매월 수천 원의 주파수 사용료를 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쯤부터 경매제 도입을 본격 추진했으나 주로 진보 좌파들이 “경매제는 통신 주권을 파는 매국행위” “지상파 지배권이 미국에 넘어간다” 등의 이유로 저지했다. 아직도 “투전판이 된다. 통신료가 오른다” 등 반대론이 나오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져 큰 반향은 없다.

▷요즘 놀이공원이나 공공주차장의 관리운영권도 대개 공개 입찰을 한다. 항공노선 배분 때마다 벌어지는 항공사끼리의 이전투구도 경매 방식으로 전환하면 쉽게 풀린다는 지적이 많다. 대신 해당부처 공무원들의 재량권이 없어져 힘이 줄어든다. 경매제 도입이 어려운 핵심 이유다. 지난달 끝난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용 주파수 경매는 내용이 좀 복잡했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간 잡음도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3사 모두 만족한 표정이다. 이것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됐다’는 뜻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들이 할당받은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가입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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