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를 다룬 영화 ‘잡스’가 지난주 개봉했다. 기자는 영화의 분위기가 좋았다.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잡스에 대해 가감 없이 묘사한 점이 그랬다.
영화 속 잡스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대학시절 그는 양다리를 걸쳤다. 새로 여자친구를 사귀며 그에게 기존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낸다. 영화를 보면 당시 히피문화에 심취했던 잡스에게 더 많은 여자친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냉정하기는 얼음장 같다. 그는 기업가로서 성공한 인물이지만 인간미는 없다. 대학시절 만난 여자친구가 임신해 찾아오지만 “내 아이가 아니다”라며 내친다. 창업한 애플이 대박을 쳐 회사 주가가 올랐는데도 창업 공신인 직원에게 지분을 전혀 안 준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면 잡스에 대한 연민이 든다. 미혼모에게 버려져 입양아로 자란 그의 내면의 상처가 그를 모진 인간으로, 성공에 눈이 먼 속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잡스에 대해 더 애정이 간다.
영화를 보며 안철수 의원이 떠올랐다. 잡스와 안 의원은 공통점이 많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아이콘이었다는 점이 그렇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영감을 준 점도 그렇다. 잡스는 혁신의 전도사로서 큰 인기를 누렸고, 안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공정한 사회를 강조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점도 닮았다.
기자는 지난해 이맘때 감독, 제작자 등 영화계 관계자 20명에게 “대선 주자 중 누구의 삶을 영화로 만들면 가장 흥행할 것으로 보느냐”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때 안 의원은 문재인, 박근혜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 응답자는 “마치 자서전을 보는 기분으로 (관객이) 영화를 통해 꿈과 비전을 얻으려 할 것 같다”고 안 의원을 1위로 꼽은 이유를 밝혔다. 그만큼 대중은 안 의원을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며 대중과 멀어진 느낌이다. 정치인들은 숨기고 싶은 점은 가리고, 당선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장점만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데 선수다. 수많은 강연을 통해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던 멘토는 이제 정치인으로 박제화한 느낌이다.
만일 어디선가 안 의원의 전기 영화가 나온다면 어떨까? 안 의원이 고교 시절 ‘뒷자리’ 친구들과 어울려 술과 담배에 탐닉했고, 대학 시절에는 여러 여자를 만나며 자유연애를 만끽했다고 영화가 그린다면? 그리고 그가 가치가 치솟은 회사 주식을 미운 직원에게는 하나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면….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학창시절 마리화나를 피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치부와 과오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을 높인다. 안 의원이 워낙 증류수처럼 맑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어 괜한 시비를 걸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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