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5년 전 9월 15일(한국시간 16일), 한국의 코스피는 6.1% 폭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2010년 2차 유로존 재정위기로 전이됐을 때도 우리나라는 급격한 환율과 주가 변동성에 시달렸다. 최근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촉발된 3차 위기 조짐에서 한국은 ‘신흥국 위기의 승자’라는 평을 얻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시장 리스크가 높아 신흥시장으로 분류된다. 리먼 사태 이후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중 6번째로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으나 정부와 민간부채가 급증해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정부가 지난 5년간 외환파생상품 리스크와 은행업 감독 기준을 강화해 금융건전성 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2008년 8월 말 122.4%였던 예대율(예금대비 대출 비율)은 96%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금융발전지수 중 핵심 지표인 제도적 환경은 2008년 23위에서 2012년 34위로 오히려 떨어졌다.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국가채무도 468조6000억 원(2011년 기준)으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37.9% 수준이다. 재정위기의 그리스(GDP의 156.9%)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낮지만 내년부터 바뀌는 재정통계방식대로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하면 1000조 원 안팎, GDP 대비 75%로 급등한다.
민간부채도 GDP 대비 193.3%로 크게 증가했다. 부채안정성이 G20 중 12위로 평균보다 안 좋다. 우리나라는 공공채무 비율과 외채발행 조달 비율이 낮아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위기가 닥칠 경우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켈틱 타이거’로 불릴 만큼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던 아일랜드는 부실은행의 악성부채를 떠안는 바람에 국가채무가 125%로 치솟아 재정위기에 빠졌다. 우리나라도 지금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재정부담이 늘고, 성장잠재력은 악화되는데도 부채 탕감과 보편적 복지 등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재정위기를 맞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성용락 감사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28일 개원 65주년 기념사를 통해 하반기에는 재정건전성 위협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2010년 전후 선거를 의식해 정부부채를 숨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국민과 국제금융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감사원은 물론이고 정부와 금융당국부터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 국민의 믿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과 재정통계의 투명성 책무성 효율성은 그 다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