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 행위는 적은 돈을 걸어 큰돈을 딸 수 있는 기대와 흥분 등 유희적 특성상 인간 본능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 장난이다. 다만 카지노, 경마, 경정, 경륜,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전통 소싸움 등 7개 유형은 사행산업으로 규정해 국민이 건전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7.2%로, 외국의 1.3∼3.4%보다 2∼3배가 높다. 이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2009년 기준 약 78조 원(국내총생산의 7.3%)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행산업으로 규정된 합법 도박의 이면에는 불법 도박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 규모는 2012년도 불법도박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약 75조 원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한 해 살림의 20% 수준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 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불법도박 수익금은 온전히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가므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민들을 ‘도박 공화국’의 오명과 우려에서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다만 섣부른 시행이 또 다른 문제나 오류를 낳지 않도록 사행산업에 대한 총체적 관찰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사감위법)에 의한 사감위의 역할과 기능을 합법 사행산업 규제에서 불법 사행행위 규제로 완전히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면밀히 살펴봐야 할 문제다.
‘경마산업의 장외발매소 및 온라인 발매 시스템에 관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제안 또한 한국마사회의 현실을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겉만 보고 판단한 결과의 오류다. 경마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장외매장이야말로 경마를 레저가 아닌 도박으로 추락시켜 시민사회로부터 ‘질주하는 경마중독’이란 지탄을 받게 만든 온상이기 때문이다.
구매 상한액 통제, 자가 제한한도 설정 등으로 책임도박이 가능한 전자카드 도입은 당장 매출액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행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용객들의 도박중독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해 국내 사행산업사업자들이 분담하는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은 순 매출액의 0.35%로, 세계 주요국의 1.5%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상의 문제들이 사감위가 출범한 지 만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은 사감위가 관련 인허가 권한 없이 그저 협의·조정 또는 권고 기능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무총리 산하에 있으면서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와 달리 인사·예산의 독립성을 갖지 못한 사감위의 한계다.
2012년 기준 사행산업 총매출액은 19조 원이다. 합법과 불법 사행산업을 합치면 우리나라 사행산업의 전체 규모는 100조 원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용자의 도박중독에 대한 안전장치가 확보되고 사행산업 전반에 대한 사감위의 감독 기능이 완비되지 않는 한 사행의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여 행운의 레저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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