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5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국회에 처음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밝힌 소감이다. 이 말이 다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운동권’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이석기 사태’는 SNS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와 통진당의 실체가 양파껍질처럼 벗겨질수록 국민 대다수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했다.
재미있는 것은 세대별로 약간씩 트윗이 다르다는 것. 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40, 50대들은 “‘녹취록’을 읽어보니 옛 추억이 생각난다”는 투로 이런 트윗을 남겼다.
“허허. 이분(이석기) 옛 추억 나오게 만드시네. 녹취록을 보니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 학교 대자보에 크게 붙어 있던 운동권 선배들 글 같다. 그나저나 (이제는 이런 것들이 황당하게 생각되니) 이제 운동권 이념도 옛날 구시대 이념이 되는 듯.”
“나 학교 다니던 1990년대 초반에 운동권 선배들이 대놓고는 못하고 술 취하면 주절대던 레퍼토리” “엠티 때 운동권 선배들이 세뇌시킬 때 했던 말들”이라는 트윗도 있었고 “언제까지 그 옛날의 80년대 운동권 논리에 집착할는지…. 현실을 직시하세요”라는 훈계도 있었다. 그들의 언어가 ‘고립된 옛날 운동권 사람들의 어설픈 과대망상’ 같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마치 21세기 사람들이 타임 슬립으로 1980년대 사람들을 엿본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런 트윗도 있었다. “오랜만에 ‘반미(反美)’ 구호를 들어보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는 콜라 먹고 청바지 입는 것도 나무랐었다. 군대 갔다 왔다고 ‘미제(美帝) 용병’ 운운하는 소리를 자연스럽게 들었다.”
새삼 1980년대 학번들의 ‘운동권’ 추억담도 나왔다. “사회상황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직접 참여는 못했지만 심정적으로는 거의 같은 마음이었다. 운동권 동아리도 있었지만, 일반 학생들도 응원했고. 1980년대 학번은 화염병 한두 번 안 만져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친구들 ‘피떡’ 되고 끌려가면 눈이 뒤집히고….”
이런 정서는 1990년대 학번까지 이어진다. 이들만 해도 ‘운동권’ 총학생회에 대해 거부감은 없는 편이다. “대학 곳곳에 현수막으로 ‘우루과이 라운드, 쌀 협상 다시 하라. 우리 농민 다 죽는다’는 글이 붉은색으로 써 있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 불안과 역동성을 동시에 느꼈던 세대다. 하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운동권은 점점 학내에서 발을 붙이기 어려워진다. 이번 사태를 보는 2000년대 학번들의 전반적인 반응은 ‘냉소’. 이석기 의원의 총기 탈취 발언이 ‘농담’이었다고 한 이정희 의원에 대해 한 20대 대학생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이석기, 이정희 같은 사람들보다 허경영이 낫다. 허경영은 국민한테 헛웃음을 주기라도 하지”
‘운동권’ 하면 떠오르는 인상으로 20대가 남긴 트윗은 다음과 같다. “1996년에 연대에서 학생들이 건물 점거하고 난리 났었다던데, 10주년 기념행사 한다고 총학이 난리치길래 일반 학생들이 ‘하지 말라’고 들끓었죠”(06학번) “나중에 선배들처럼 정치해서 한자리 차지하려고? 도서관 외부인 출입 때문에 학생들 불편한 거나 총학은 신경 쓰길”(07학번) “학교 앞 노점상을 구청이 단속했는데 총학이 우리 학교 이름으로 ‘노동 탄압중지’ 성명을 냈어요. 학생들이 ‘너네가 어떻게 학교 이름을 대표하는 거냐’고 항의했더니 그 뒤로 함부로 성명 안 냅니다”(09학번)
이 의원의 모교인 한국외대 커뮤니티 ‘�스 라이프(Hufs Life)’에는 지난달 31일부터 ‘외대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해 이석기 김재연 임수경 등 ‘종북 3인방’을 배출했다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호소문이 올라 있다.
한편 누리꾼들은 ‘이정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중에선 ‘지난 대선 때 TV토론으로 박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공헌을 한 이가 바로 이정희다. 그런데 ‘댓글 사건’으로 국정원이 수세에 몰린 시점에서 다시 이정희가 튀어나와 이석기를 두둔하고 국민들 염장 지르는 농담을 하고 있다. 혹시 이정희는 박 대통령을 도와주는 영원한 우군? 아니면 새누리당 비밀당원?’이란 트윗이 실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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