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0∼5세 영유아의 무상보육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2000억 원어치의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예산이 바닥나 이달부터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지급할 수 없자 빚을 내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미 3조 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다. 지방채 발행으로 당장 급한 불을 끄더라도 내년부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매년 빚으로 복지를 끌고 갈 수는 없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원을 마련했지만 해마다 추경으로 메워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여야 정치권과 중앙 정부가 재원 확보 대책도 없이 무상보육을 소득 하위 70%에서 모든 계층으로 확대해놓고 지자체에 그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잘못이다. 작년에도 지자체들은 무상보육 예산 마련에 허덕이면서 “다른 주요 사업들을 다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여야는 국고 보조를 서울은 20%에서 40%로, 다른 지역은 50%에서 60%로 늘리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만들어 놓았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10개월 넘게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취득세 인하로 재정난이 더 심해질 지자체는 아우성이다.
올해 전면 무상보육은 대통령 선거 직후인 지난해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예산 부족분 1조4000억 원을 증액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기는 중앙 정부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기초노령연금 확대, 4대 중증 질환 보험 지원 확대 등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내년에도 그만한 국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전면 무상보육이 지속가능한 복지제도인지 의문이 든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무상보육이 여성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보육 예산은 2009년 4조8000억 원에서 올해 12조3000억 원(지방 부담금 제외)으로 2.6배로 급증했지만 출산율 제고나 여성 인력 활용에 도움이 안 됐다는 것이다. 정부도, 지자체도 감당할 수 없는 전면 무상보육은 전면 재검토해 꼭 필요한 계층부터 주는 쪽으로 고치는 게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