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수경]국가기간시설 테러,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이수경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이수경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언론에 공개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녹취록을 보면 “전시상황 등 중요한 시기에 통신과 철도, 가스, 유류 같은 국가기간시설을 차단해야 한다”는 언급이 있다. 어마어마한 발상이라 믿기지 않지만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기간시설은 공공기관, 공항, 항만 및 주요 산업시설 등으로 적에 의해 점령 또는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가안보 및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설을 말한다.

2010년 이란의 한 원전에서는 국가기간시설을 공격하는 악성 바이러스 공격에 원심분리기 1000개가 파괴되는 피해를 당해 사회 안전을 위협받은 사례가 있었다. 만약 우리나라도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등 주요 가스 시설이 공격받아 가스 공급이 중단된다면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총 가구의 99%인 2100여만 가구가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중 도시가스가 71%(1510만5000가구), 액화석유가스(LPG)가 29%(612만 가구)가량을 차지한다. 취사와 난방 등 생활연료로뿐만 아니라 철강, 화학, 반도체 등 산업용으로도 활용되고 열병합, 연료전지 등 발전용으로도 쓰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따라서 LNG 탱크 등 가스시설 파괴는 가스 공급의 중단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이고, 특히 국가 발전설비 용량의 약 24%를 차지하는 LNG 발전의 차질로 블랙아웃 등 전력대란과 나라경제의 마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가스의 양면성에 있다.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가스는 편리한 만큼 폭발의 위험성도 잠재하고 있다. 1995년 사망 101명, 부상 202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를 일으킨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사고가 있었다.

‘국가 중요시설이 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만으로 국민은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의 대규모 정전사태, 철도 사고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을 통해 국가기간시설의 중요성을 철저히 느낀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참에 다시 한 번 주요 유류·가스시설을 비롯한 국가기간시설의 안전에 대한 전방위적 체제 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 국가기간시설 공격 및 사이버 테러를 막아낼 능력과 대비 태세가 갖춰져 있는지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철저하게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어떠한 위협에도 국민이 안심하고 흔들림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수경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이석기#국가기간시설#가스 시설#사이버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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