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그제 탈북 국군포로 11명을 오찬에 초청해 “국군포로의 생존을 알고도 행동을 못했다. 그동안 국가가 너무 소홀했고, 대한민국이 비겁했다”고 사과했다. 80대 고령인 탈북 국군포로들은 그간의 서러움을 토로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6·25전쟁 때 포로로 붙잡히거나 실종된 한국군은 8만2000여 명에 이르지만 정전협정에 따라 송환된 사람은 8343명에 불과하다. 아직도 북한엔 500여 명의 국군포로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다 죽어갔을 국군포로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제 와서 국정원장의 한마디가 이들의 한(恨)을 얼마나 달래줄 수 있겠는가.
이들을 소홀히 대한 것은 과거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였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특히 심했다. 남북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국군포로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국군포로 4, 5명의 가족들을 끼워 넣어 상봉을 주선하면서도 북한을 의식해 ‘특수 이산가족’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요구에 따라 비전향 장기수 67명을 모두 북으로 돌려보냈다. 또한 과거 반국가단체 사건에 연루됐던 131명과 이적단체 관련 활동을 한 282명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해 보상금까지 안겨줬다. 그중에는 최근 중형이 선고된 왕재산과 일심회 간첩사건 관련자 일부와 이번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된 지하 혁명조직(RO)의 조직원 상당수도 포함되어 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책무를 다할 때 존재 의미를 갖는다. 반대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세력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국가가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안 해야 할 일은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비겁함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