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커피전문점 ‘테라로사’의 김용덕 대표는 10월 서울 광화문에 새로운 매장을 연다. 개인적으로는 10여 년 만에 서울 입성이다. 2000년대 초 강남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그는 2002년부터 강릉을 비롯한 지방에 커피매장을 열어왔다. 올해는 경기 양평과 서울 광화문에 이어 11월 제주에 매장을 낸다.
커피전문점이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김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신감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일단 테라로사의 연매출이 매년 5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중요한 건 성장의 양보다 질이다. 테라로사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던 손님들이 여러 나라에서 갓 공수한 신선한 커피를 맛보러 오기 시작했다. 특히 원두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매장 옆에 있는 교육센터를 찾는 수강생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커피 입문자가 많았다면 이제는 커피점을 수년간 운영해본 사람들이 ‘재교육’ 받으러 오는 경우가 늘었다. 김 대표는 “커피도 와인처럼 다양한 품종과 품질에 눈뜬 사람이 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매장마다 비슷한 맛이 아닌, 원두의 종류를 따지는 스페셜티(specialty) 커피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현상은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프랜차이즈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이른바 ‘제3의 커피 물결(The third wave of coffee)’이다.
‘제1의 물결’이 인스턴트 커피였다면 ‘제2의 물결’은 스타벅스를 비롯한 대형 커피 전문점 열풍이 주도했다. 하지만 몇 년 새 소규모 고급 커피전문점인 ‘스텀프타운’과 ‘인텔리겐치아’ 등이 스타벅스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서 스텀프타운은 ‘제2의 스타벅스’로 불릴 정도다. 일부에서는 농장주와 소비자의 거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4의 물결’ 캠페인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카페베네 탐앤탐스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의 실적이 떨어지며 국내 커피 시장에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동네 요지를 점령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가운데 일부는 매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커피 프랜차이즈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일 뿐 커피 시장 전체의 이야기로 보기 힘들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커피 섭취량은 연간 465잔. 제1의 물결인 인스턴트 커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72%이다. 반면 원두 시장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밥만큼 자주 먹는 커피, 이제야 커피의 맛을 따지기 시작했다니 한국의 커피 시장은 김 대표의 말처럼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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