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기자가 쓰는 ‘김지하와 그의 시대’]
‘김지하와 그의 시대’를 읽고… 각계 인사 반응
《 13일자로 막을 내린 ‘김지하와 그의 시대’를 보신 각계 인사들의 반응을 모았습니다. 균형 잡힌 역사교육에 대한 강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답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게재는 무순입니다.
<편집국 종합> 》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산업화, 민주화를 일구어낸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시사점을 던져 주는 기획이었다.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 주었다. 중요한 사료적 가치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신승국 SK에너지 CR전략실장=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공짜’가 아니었음을 느꼈다. 이 땅의 민주화와 산업화가 김 시인을 비롯한 선배 세대들의 피땀에 빚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쳤다. ‘타는 목마름으로’의 저항시인이 어떻게 생명사상에 눈을 뜨게 됐는지, 12·12 등 굵직한 사건들의 뒤안길 등 잘 모르던 뒷얘기들을 알게 된 것은 또 다른 수확이다.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유종호 문학평론가(전 연세대 석좌교수)=기자가 전반적으로 당시 사회상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게 다루려는 노력을 했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아무래도 김지하 맞은편 인물이나 진영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비판적 기조가 느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방대한 분량의 현대사를 잘 정리했다. 사건들의 건조한 나열이 아니라 숨겨진 얘기들을 재미있고 진솔하게 들려줬다. 편향된 시각이 아니고 객관적으로 적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긴급조치 1호가 발동된 1974년, 꿈속에서 내내 아내 울음소리만 들렸다던 도피 생활, ‘내가 혹시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던 체포 당시 이야기 등에서 투사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김 시인의 ‘리얼한’ 인간적 모습이 특히 와 닿았다.
문정희 시인=김지하와의 문우(文友)의 인연이 각별해 읽을 때마다 많은 기억을 떠올렸다. 김지하가 담시 ‘오적’을 쓸 때 “어떤 영적 흥분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 같다… 신명이 내 상상력에 불을 지폈다고밖에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생각난다. ‘오적’이 실린 1970년 ‘사상계’ 5월호는 나의 등단 후 첫 작품인 ‘땅’이 같이 실린 잡지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 잡지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그 시절을 몸으로 살았던 세대다. 분노가, 눈물이, 상처가 몸에 새겨졌고 문인들은 그것을 글로 토해냈다. 온몸으로 겪어낸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매일 아침이었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1970년대를 산 한국인으로서 김지하에게 부채감을 갖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김 시인과 그의 동지들의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지는 투쟁이 아니었으면 우리 국민이 오늘날 이런 막강한 시민권을 누릴 수 있었겠는가? 이번 기획은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임을, 수많은 사람들의 비전과 욕망, 현실과 이상, 권력자의 선택과 민초들의 반응을 통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우리 모두가 우리가 산 시대에 책임이 있음을 거부할 수 없게 드러내 주었다. 이제부터라도 허투루 살지 말아야 함을 자각시킨 기획이었다.
박은주 한국출판인회의 회장(김영사 대표)=마지막 회 필자의 말처럼 우리는 ‘참으로 오랜 시간 좌우대결 속에 ‘역사 교육 없는 교육’을 받았던 탓에 각자 관점에 따라 역사가 화석처럼 굳어 있다. 하지만 어떤 일들이 드러나지 않고 보여지지 않았다 해서 없었던 일이 될 수 없을 것이고, 있었던 일들이 현재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만 바라보며 달려가는 요즘 같은 시기에 한 번쯤 뒤돌아보는 것이 현재 우리가 어느 곳에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상기시켰던 의미 깊은 연재였다.
이훈평 전 국회의원=정치인들에게 역사의식을 갖게 해준 훌륭한 기획이었다. 내가 지금 하는 행동, 말들이 이렇게 후대에 기록된다고 생각하면 정치인들이 더 국민들 앞에 겸손해질 것이다.
조지형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생동감 있게 잘 읽혔다. 마무리에 모든 사람들이 영웅이었다고 설명하지만 서로 갈등을 빚어온 사람들에게 화해와 ‘가치 통합’의 장으로서 ‘영웅 만들기’는 역부족이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있는 한, 화해는 불가능하다.
이동우 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매일 기다리며 전편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편은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등장과 YH사태인데,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다. 우리가 힘들게 얻은 민주주의와 때로는 고통스러웠던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후속 작업이 기대된다.
양재호 대구가톨릭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76학번인 내게 당시 시대배경은 내가 겪었던 시절이었다. 시리즈를 읽고 보니 막연하게 알았던 부분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을 감방에서 접한 김지하 씨가 ‘나도 따라가겠소’라고 말한 부분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한국 현대정치사의 ‘산증인’으로 자부하는 나로서는 감회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만 박 정권 몰락을 이야기할 때 ‘김영삼 회고록’에만 치중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 정권의 몰락 원인은 3선 개헌, 유신, 장기독재, 인권유린으로 볼 수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부가가치세였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아직까지 김 시인의 생각과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인간적인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김수환 추기경이 정말 ‘큰 그릇’이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추기경이 생전에 지키려고 했던 가치와 고뇌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기회였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기획 시점 자체가 좋았다. ‘박근혜 정치’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됐다. 너무 빨리 끝나 아쉽다. 주로 정치적 사건 중심이었는데 그 시기의 경제적 부분도 다뤘어야 했다.
박상민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교수=외국인들로부터 한국이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한 비결이 뭐냐고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연재물을 만났다. 보수와 진보의 양 가치를 대한민국 역사라는 하나의 바구니에서 전하려는 시도에 동참할 수 있는 즐거운 여정이었다.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김지하를 새롭게 보게 됐다. 자기 확신이 강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이란 느낌을 받았다.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나 통찰력도 뛰어났다. 핍박을 받으면서도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을 가슴 아프게 느끼며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치용 프로배구 삼성화재 감독=74학번으로 ‘아, 그때는 그랬지’ 생각을 많이 했다.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잘 이겨내고 지금 이렇게 사회와 국가가 발전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이런 연재물이 계속 나와야 한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이익집단으로 타락한 ‘민주화 짝퉁’들의 천박함에 질려하던 사람들에게 민주화 원조(元祖)의 진지함과 고뇌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증언이자 내면의 고백이었다. 연재와 함께 나 역시 한 시대를 정리할 수 있었다.
유병규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대립 반목 갈등이 이어진 험난한 시대였지만 역사적 사건들 속에 던져진 개인들이 보이지 않는 조화를 이루면서 민주화가 진전되고 경제발전의 씨앗이 태동했음을 보여주었다. 어찌 보면 험난했던 그 시대가 지금보다는 훨씬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는 느낌도 받았다.
김민정 씨(미국 퍼듀대 사회학과 4학년)=인터넷으로 매회 보았다. 전혀 몰랐던 부모 세대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부모 세대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동아닷컴 누적 조회 373만건 ▼
동아닷컴(www.donga.com)의 반응도 뜨거웠다. 누적 조회 수가 373만 건을 넘었다. 주제에 따라 편차가 있었지만, 조회 수 10만 이상을 기록한 것도 여럿 있다.
요즘 언론사 닷컴에서 하루 조회 수 10만은 ‘대박’으로 통한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에피소드에 관심이 쏠렸다. 그중
‘11회 6·3의 시작’은 해묵은 박정희 친일 논란으로 게시판을 후끈 달구기도 했다. ‘10·26’을 시간대별로 나눠 상세히
묘사한 막바지 기사는 큰 호응을 얻었다. 103회 ‘10월 26일 저녁’부터 109회 ‘국장(國葬)’까지 각각 10만 건 안팎의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중 최고 조회 수는 ‘102회 10월 26일 오후’ 편으로 14만 건 가까이 됐다.
동아닷컴에선 언제든 다시 보기가 가능하다. 홈페이지 우측 상단의 검색 창에서 ‘김지하와 그의 시대’로 검색하면 순서대로 정리된 페이지를 만날 수 있다. 곧 동아일보사에서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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