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부드러워진 북한’ 얼마나 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6일 03시 00분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8월 이후 한반도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이산가족 상봉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둘러싼 논의가 적극적으로 전개된다. 오랜만에 나타난 중대하고 극적인 변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미국과 얼굴을 바꾼 중국에 직면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게 분명하다.

현재 북한의 핵전략은 인도 모델에서 중국 모델로 전환한 듯하다. 인도 모델은 대국 간의 갈등과 논쟁을 잘 이용해 핵 보유에 유리한 대외 조건을 창조한다. 처음부터 핵 보유가 합법화되지 않더라도 대국 관계의 변화에 따라서 묵인을 받는 것. 인도가 1998년 핵실험을 한 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인도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인도를 끌어들이면서 핵 보유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오늘날 인도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인 친구다.

중국 모델은 독립과 생존을 위해 국가가 아무리 곤란해도 허리띠를 졸라매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핵능력이 성숙해지고 안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때 개방과 개혁 등 정책을 선택해 경제발전에 나선다. 중국의 1차 핵실험 연도는 1964년이었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을 동시에 적대시하던 시절이다. 중국은 미-소 양국의 압력에 물러서지 않고 버텨냈다.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중-미 관계의 정상화와 중국의 핵 보유로 스스로 안전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평양은 2002년 2차 북핵 위기부터 올해까지 인도 모델을 따른 것 같다. 그러나 올해 중-미는 북한 비핵화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협력하고 있다. 중-미 갈등의 틈을 이용해 핵 보유를 합법화하려는 북한의 꿈은 이미 깨졌다.

김정은 정권은 중국의 비위를 맞추면 중국이 후진타오(胡錦濤) 정부 때처럼 북한을 잘 대해줄 것이라고 희망한다. 7월 김 제1비서가 북한의 중국지원군 묘역을 참배하고 5월에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베이징(北京)에 특사로 파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후진타오 정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이 계속 도전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면 북한은 중국이 미국과 맺으려는 ‘새로운 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의 첫 전략적 협력지점이 되면서 핵무기를 강제로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가 한민족의 공통재산이란 점을 들먹이면서 한국의 지지와 도움을 얻으려 할지도 모른다. 또 민족주의에 호소해 박근혜 정부로 하여금 북한 경제발전과 고립 해소에 도움을 주도록 만들 것이다. 김 제1비서는 이미 3차례 핵실험을 진행해 핵무기의 보유 능력을 확인했다. 한국 및 다른 나라들과 교류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대외 개방에 불가피하게 파생되는 안보 문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북한은 수개월 동안 외국인 관광객, 특히 서방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도 아니고 김 제1비서 역시 덩샤오핑(鄧小平)이 절대 될 수 없다. 북한이 아무리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강조해도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추진한 대대적인 정치 경제적 변화를 추진할 수 없다. 중국은 특권층의 이익을 크게 약화시켰다.

김 제1비서가 극단적인 독재와 개인숭배라는 현 정치체제 약화를 견딜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행동이 없다면 대규모 원조를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중국 모델을 따라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 중국에는 ‘시대를 제대로 읽는 자가 영웅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김 제1비서는 시대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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