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라는 글귀를 좋아한다. 예술이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고 소중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찮고 시시한 것들을 가슴 두근거리는 존재로 변신시키는 예술의 마법은 박상미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탁자 위에 정물이 놓여 있다. 이런 것들은 늘 거기에 있기 때문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소박한 사물이다. 박상미는 평범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는 것들을 특별한 존재로 거듭나게 했다. 탁자, 찻주전자, 꽃병, 화분, 심지어 버려진 공간으로 취급당하는 바닥이나 벽면의 모서리도 한국화의 전통재료인 분채를 올려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녀는 왜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을 보석처럼 눈부신 존재로 거듭나게 한 걸까? 평범한 일상의 공간도 소통과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찻주전자의 주둥이를 살펴보라. 찻물을 우려낸 찌꺼기에서 초록빛 식물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지 않은가. 비좁은 주둥이를 뚫고 뻗어 나오는 식물은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즉,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식물을 키우자는 뜻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나도 혼자서 유이치를 기르면서 깨닫게 되었지. 힘들고 괴로운 일도 아주아주 많았어.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라든가, 화분이라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박상미가 식물을 기르고 식물이 주인공인 정물화를 그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는 삶의 무게를 절감하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길을 식물에서 배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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