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남녀 2531명을 대상으로 ‘남녀의 거짓말’이라는 주제의 설문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남성이 자주 하는 거짓말 1위는 “응, 그거 해봤어”가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미안, 휴대전화가 안 터졌어” “지금 가고 있는 중이야” “다른 여자를 쳐다보지 않았어” 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여성이 자주 하는 거짓말 1위는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괜찮아”였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은 실제로는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매우 빈번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괜찮지 않은 경우가 그들에게 자주 발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명절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몸살과 근육통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남편이 “약 사다 줄까?” 하고 물으면 대개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괜찮아. 한숨 자고 나면 좋아질 거야.”
아내는 그러면서도 연신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눈치 빠른 남편이라면 재빨리 달려 나가 몸살약과 파스 등을 구입해 올 것이다. 반면에 정말 괜찮은 줄 알고 TV 리모컨 놀이에 열중하는 남편은 곧이어 닥칠 아내의 신경질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
1996년 이탈리아 신경과학자 자코모 리촐라티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거울 뉴런’ 실험 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통 받는 동료의 모습을 지켜본 원숭이의 뇌 속 거울뉴런이 고통을 마치 자기 것처럼 느낀다는 실험 결과였다.
과학자들은 이후 첨단 장비를 이용해 인간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고도화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에게는 다른 이의 고통뿐만 아니라 수치심, 당혹감, 자부심, 행복처럼 복잡한 정서도 공감의 대상인 것이다.
명절 노동으로 앓는 아내의 경우 말은 “괜찮다”고 해 놓고도 끙끙 앓는 소리로 남편의 거울신경세포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불일치가 공감을 끌어내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여성들은 상대의 감정을 어떻게 자극해야 제대로 먹히는지를 본능과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희생해 상대를 위해 주는 마음으로 표현하는 방식부터가 그렇다. 상대가 감동과 미안함의 자극을 받아 다른 보답으로 돌려주기까지의 과정을 은근하게 즐긴다. 이런 주고받기를 통해 정서적 유대감이 튼튼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여성이 “괜찮다”의 거짓을 알아채지 못하는 남편에게 기분이 상해 신경질을 부린다. 대부분의 여성은 기분에 민감할 때가 많다. 그들이 기분에 얼마나 예민하면 병적인 흥분을 뜻하는 ‘히스테리’라는 말이 ‘히스테로’(라틴어로 자궁을 의미)에서 유래됐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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