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석 민심은 민주당에 천막당사를 걷으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지방에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서울로 돌아온 국회의원들은 고향 민심을 전하기에 바쁘다. 소속 정당에 따라 제 논에 물대기 식의 전언이 많지만 그래도 한 가지 공통점은 찾을 수 있다. 정치권이 정쟁(政爭) 좀 그만하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신경 써 달라는 주문이다. 20일 MBC와 리서치앤리서치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66.7%)이 ‘지속해야 한다’(23.0%)보다 3배 가까운 것도 이런 민심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어제 대표와 원내대표, 소속 의원 22명이 만나 ‘추석 민심 보고 간담회’를 열었다. 김한길 대표는 “민주주의도 중요하고 민생도 중요하다고 실감했다”면서 원외 투쟁과 원내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는 야당의 장(場)이다. 국회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투쟁의 무대를 장외에서 원내로 옮기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오늘로 54일째다. 2005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53일간 사학법 개정 반대 장외투쟁을 벌인 기간을 넘어선 역대 최장이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섰을 때 일각에서는 기왕이면 한나라당보다 길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장외투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을 예로 들며 정당화했다.

그러나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지금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다수 여당이라도 야당의 동의 없이는 법안 하나도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 민주당이 비록 의석이 적긴 하지만 얼마든지 새누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얻어 낼 수 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법안과 관련 없는 이슈를 내걸고 여당이 아닌 대통령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사실상 여당을 견제하고 있는 마당에 장외투쟁까지 벌이는 것은 지나치다. 민주당은 오늘 의원총회를 통해 깨끗이 천막을 거두고 국회로 돌아가는 게 옳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정치 좀 잘해 달라’는 추석 민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민심을 수용해 국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 주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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