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키스는 영혼의 호흡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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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랑쿠시, 키스, 1916년
브랑쿠시, 키스, 1916년
‘아가톤에게 키스할 때 내 영혼은 입술에 실려 있었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시 ‘아가톤에게’에 나오는 구절이다. 플라톤에게 생명은 호흡이며, 입에서 입으로 숨결을 불어넣는 키스는 두 영혼의 합일을 의미했다. 키스는 입술의 접촉을 통해 서로의 영혼을 호흡하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생각은 루마니아 출신의 조각가 브랑쿠시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연인들이 두 팔로 서로를 꼭 껴안고 키스를 한다. 두 남녀는 키스 중에서도 가장 감미로운 키스, 입맞춤은 이런 것이라고 꿈꾸었던 키스를 나누는 중이다. 브랑쿠시는 둘이면서 하나가 되고 싶은 연인들의 갈망을 조각에 완벽하게 표현했다. 비결은 가장 단순한 형태로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직사각 형태의 돌덩어리 원석과 거친 질감은 그대로 살리면서 최소한의 표현으로 남녀의 형상을 나타냈다.

눈, 입, 팔, 머리카락은 간단한 선을 새겨 표시하고, 여자의 둥근 젖가슴과 긴 머리카락의 특성을 드러내 남녀를 구분할 수 있게 했다. 키스하는 연인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단순 간결한 형태로 축약한 것은 키스는 사랑의 원형, 본질, 원초적 행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읽다가 감동적인 구절을 발견했다.

‘할머니의 이론은 매우 흥미로웠어요. 모든 사람은 몸 안에 성냥 한 갑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성냥개비에 불을 일으킬 수 없다고 하셨죠.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어요.’

양초를 밝혀줄 성냥개비를 태워주는 산소 같은 연인과 모닝키스하고 싶어지는 이 아침.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키스#사랑의 원형#본질#원초적 행위#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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