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10년 6자회담의 허실(虛實)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0일 03시 00분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9월 중순, 1년 만에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글로벌전략연구소 주최의 심포지엄에 참가해 ‘신형대국관계와 동아시아 국제질서’에 관해 논의했다. 그 후 베이징대를 방문해 오랜만에 옛 친구들과 담소를 나눴다.

이 모임은 매우 흥미롭고 유익했지만 실제 국제정치와 연관돼 있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18일 참가한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가 주최한 ‘회고와 전망-6자회담의 10년’ 심포지엄은 매우 뜻깊었다.

이 심포지엄의 최대 특징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10주년을 기념해 6자회담 수석대표와 각국 전문가들을 초대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이용호 수석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계관의 모두(冒頭)발언이 공개돼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외치는 북한의 주장은 이미 상세히 보도됐다. 또 귀국 후 한국 측 회의 참가자들도 이런저런 의견을 피력했을 것이다. 따라서 나의 이야기는 구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10년 전 6자회담이 열릴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고 현재와 비교하고자 한다. 발단은 2002년 10월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미국 텍사스 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전 주석은 “중국의 정책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응했다.

정상회담에 이어 12월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이 동아시아 각국과 ‘다자 포럼’에 대해 협의했다. 중국도 스스로 ‘조용한 역할’을 맡는 것을 찬성하고 첸치천(錢其琛) 국무원 부총리를 평양에 파견해 김정일을 설득했다.

10년 후 수지 결산은 명백하다. 당초 마지못해 동의한 북한이 요즘 6자회담 재개를 먼저 주장하고 있다. 그사이 북한은 3차례 핵실험을 했고 그 이상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이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반대로 10년 전 중국에 중개자 역할을 떠넘겼던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발휘해 6자회담을 피하고 북한에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시리아 사태로 볼 때 군사 개입 가능성은 거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입장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핵실험, 벼랑 끝 외교를 접하자 중국은 북한에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6월 초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의 비핵화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심포지엄에서 중국은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는 자세가 두드러졌다. 확실히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반복해 말했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북한이 원하는 6자회담을 생각하고 있다. 그 때문에 중국 외교부는 성대한 심포지엄을 연 것이다.

6자회담의 10년간 허실을 평가하자면 좋든 싫든 몇 가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개발의 대폭 진전과 중국의 급속한 대국화다.

중국은 경제 분야에서 한국과 교류를 확대하면서도 안전보장 분야에서 북한을 지지하고 있다. 물론 그런 남북 균형외교를 ‘분단 고정론’이라고 속단하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선의로 해석하면 그것은 ‘장기공존론’ 혹은 ‘단계적 통일론’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북한 ‘조기붕괴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6자회담#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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