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인사 파동을 두고 ‘시즌 2’라는 말이 나온다. 한 달여 사이 양건 감사원장과 채동욱 검찰총장이 물러나고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의를 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겼다. 사정기관의 수장들은 퇴임사에서 외압(外壓)을 거론하며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진 장관은 ‘양심’을 내세워 대통령의 복귀 명령을 거부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어제 사표가 수리된 진 장관을 비판했다. 이전 정부에서 찾아보기 힘든 권력 내 균열 양상이다.
‘시즌 1’로 불리는 박 대통령의 임기 초 인사 파동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당시는 ‘부실 검증’이 큰 원인이었지만 이번에는 권력 내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어제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비판을 피해 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며 책임감과 사명감을 주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두고도 만기친람(萬機親覽)과 불러주기식 일방통행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올해 5월 “내가 얘기할 때 참모들이 안 적고 있으면 불안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에선 ‘적어야 산다’는 뜻의 ‘적자생존’이란 말이 유행한다. 중요한 결정은 대통령 몫이지만 참모들의 참여의식을 높여야 정책에 추진력이 붙는다.
올해 8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들어온 이후 상명하복 문화가 더 강해졌다는 말도 들린다. 김 비서실장은 “(나는) 윗분의 말씀만 전할 뿐”이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왕실장’이라는 그가 ‘윗분 모시기’를 강조하는데 누가 대통령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진솔하게 얘기하겠는가.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것이 올바른 보좌는 아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낮은 자세와 희생정신을 통해 변화에 대한 신뢰를 줌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하기에 따라서는 인사 파동 ‘시즌 2’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나 정부 시스템의 변화도 철저한 자기혁신이 전제돼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