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구름빵’의 저자 백희나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몇 해 전이다. 문화계 각 분야에서 기대되는 인물을 소개하는 새해 기획 때문이었다. 인터뷰 당시 백 작가는 ‘구름빵’이 크게 히트를 쳤지만 자신에게는 저작권이 없고, 2차 콘텐츠의 수익도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촉’이 예민하지 못했던 기자는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백 작가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올여름 휴가를 떠나면서 트위터에 ‘구름빵’의 캐릭터 인형을 올렸고,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모범사례로 꼽았다. 그리고 얼마 뒤 신문에서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이 ‘구름빵’을 주제로 테마파크를 만든다는 기사를 봤다. 하나의 캐릭터를 주제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은 국내 최초였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빵이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면서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백 작가에게는 수익이 얼마나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락처를 찾아 백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전에 들었던, 백 작가에게는 아무런 추가 수익이 없다는 이야기가 맞는지 확인했다. 만나자는 말에 백 작가는 망설였다.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게 싫고,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기자는 “작가님이 나서야 다른 신인 작가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고 잘못된 관행을 고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다음 날 전화가 왔다. “만날게요.”
2일자 동아일보 A1면에 실린 ‘40만권 팔린 구름빵, 작가 손엔 1850만원뿐’이라는 기사는 이렇게 탄생했다. 기사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포털 사이트에 옮겨져 실린 기사에는 댓글 400여 개가 있었다. 누리꾼의 반응을 봤다. ‘이런 갑의 횡포를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면 어떤 산업도 혁신적 발전은 없이 오로지 단가 치기 등의 구시대 산물로 연명하는 수밖에 없다.’ ‘이게 창조경제인가 묻고 싶다. 갑의 횡포에 몸서리쳐진다.’ 이처럼 갑(甲)의 횡포에 분노하며 경제민주화를 언급하는 글이 많았다.
기자는 불공정한 관행을 시정해야 좋은 문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사를 썼다. 창의적 콘텐츠가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젊고 유능한 인력이 문화산업에 뛰어든다. 정부가 4대 국정기조로 정한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그리고 문화융성은 한 궤의 정책인 셈이다.
요즘 세간에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복지 공약 후퇴와 졸속 논란을 빚은 세법개정안 등이 원인이다. 기자에게 기사 아이디어를 준 박 대통령이 다시 트위터로 경제민주화와 문화융성의 의지를 표명하면 어떨까? ‘구름빵’을 주제로 다음과 같이 말이다. “‘구름빵’은 경제민주화와 문화융성의 중요성을 일깨운 모범사례입니다. 잘못된 관행을 제도적으로 수정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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