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연인을 선택할 때 가치관이나 취향이 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하게 다른 이에게 마음이 끌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서로에게 익숙해진 뒤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변화는 여성에게서 시작될 때가 많다. 그녀는 매력을 느꼈던 남성의 ‘다른 점’으로부터, 참기 어려운 ‘싫은 점’을 분리해 내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왜 쓸데없는 데 돈을 쓰는 거야? 그리고 어제는 왜 집에 늦게 들어갔어?”
여성에겐 이런 것들이 사소해 보이기 때문에 남성이 조금만 신경 쓰면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나아가 눈에 띄는 일상의 모든 것에 간섭을 한다. 옷차림부터 식사 습관, 취미에 이르기까지 남자의 삶 전체가 그녀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이런 간섭은 남성이 추구하는 독립성과 충돌을 일으킨다. 남성은 간섭이 심해질수록 뒤로 물러나며, 여성은 연인의 달라진 태도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더욱 바짝 다가가 갈등 상황을 해소하려 한다. 남성은 이를 고삐를 죄려는 시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들의 이런 간섭을 흔히 ‘머더링(mothering)’이라고 한다. 원래는 어머니가 아기를 보살피는 일이라는 뜻인데 요즘은 ‘지나치게 엄마같이 구는 행동’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도 통용된다. 머더링은 이기적인 목적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자기를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간섭할 때마다 덧붙이는 말에 그들의 진심 또한 담겨 있다.
여성들의 간섭 성향은 그들이 태생적으로 사람에게 관심과 목적을 가지고 있음에서 비롯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신생아의 머리맡에 모빌을 달아 주면서 행동을 관찰한 결과, 남자 아기들은 모빌에 관심을 보인 반면 여자 아기들은 그것을 매달아 주는 사람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물체보다 사람에게 흥미를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출생 직후부터 나타나는 이런 차이의 원인을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서 찾아냈다. 남자들은 그 영향을 받아 사물 및 공간을 지각하는 능력이 주로 발달하는 데 비해 여자들은 사람과 감정을 관찰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사람 전문가’ 자질은 자라나면서 관계를 맺고 감정을 주고받는 경험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개발되며 차츰 ‘보살핌’이라는 여성성으로 수렴된다. 그러니까 그들의 간섭은 여성성의 자연스러운 표출인 셈이다.
여성들에게 친밀한 사이란 간섭 혹은 보살핌을 주고받는 관계를 의미한다. 특히 연인 혹은 부부 관계에서는 보살핌의 차원을 높여 상대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다만 간섭으로 거는 기대와 상대의 현실적 변화라는 간극이 얼마나 좁혀질 것인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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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5 15:12:26
간섭 함부로 하다가 제 명 대로 못 사는 수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