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4일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한마디로 대화록은 있고 NLL(북방한계선) 포기는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봉하 이지원에 남아 있는 사실을 놓고 대화록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황당한 궤변이다.
봉하 이지원은 그 자체가 불법이다. 대통령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으며 국가가 관리한다. 그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시 청와대 이지원을 복사해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갔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이명박 정부의 반납 요구에도 응하지 않다가 불법 논란이 확산되자 마지못해 돌려줬다. 문 의원의 말은 마치 도둑이 훔친 보석이 도둑의 집에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화록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은 국가기록원이라는 사실을 문 의원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하자 그 내용에 의혹을 제기하며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을 보자고 주장한 사람도 다름 아닌 문 의원 아닌가. 그러나 대화록이 아예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도 않은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는 2007년 3월부터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2008년 2월까지 대통령비서실장이었으며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어쨌든 대화록은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문 의원은 국가기록원 대화록과 관련 부속 서류를 함께 보자고 제의할 때 “열람 결과 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정계 은퇴의 전제는 대화록의 내용이지 대화록 존재 여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대화록의 내용이란 것도 직접 ‘포기’라는 말만 쓰지 않았을 뿐 국민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평화수역이란 기만적인 구상으로 사실상 NLL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노 전 대통령이 없는 지금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대리인 혹은 친노 세력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이치에 닿지 않는 말로 궁지에서 벗어날 구실만 찾아서는 안 된다. 그러기엔 문 의원 본인이 그동안 잘못한 말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