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 완비로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대응능력을 조기에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킬체인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식별-결심-타격이 가능한 선제공격을 말한다. 얼핏 보면 자신감 넘치는 계획으로 보인다. 그러나 킬체인에는 허점이 있다. 우리 조기경보체제가 북한 미사일을 공격 전에 탐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탐지했다 해도, 결심해서 적을 타격하는 것은 많은 정치·군사적 어려움이 있다. 북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정부가 아무런 응징을 못했던 것은 좋은 교훈이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폭침 후 북한의 명백한 어뢰공격이라는 증거를 확보했으면서도 보복을 못했으며, 연평도 포격 도발 때는 아군 항공기를 연평도 상공에 띄워 놓고서도 확전이 두려워 구경만 하고 돌아왔다. 적의 미사일 공격 징후를 포착했다 해도 한국이 공격하자는데 미국이 반대할 수 있고, 미국이 공격하자는데 한국이 반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믿을 수 있는 것은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뿐이다.
현재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KAMD 계획은 패트리엇미사일(PAC-3)과 해상방어체계에 의존하고 있다. PAC-3는 미사일 고도 15km, 거리 30km 이내에서만 요격이 가능하므로 광범위한 지역방어는 불가능하며 대응시간도 5초 이내로 극히 짧다. 원래 PAC-3는 비행장 방어용이다. 해상방어체계는 어떤가? 세종대왕함에는 적 잠수함, 항공기, 일반 미사일, 탄도미사일(스커드, 노동, 대포동)을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적 탄도미사일 방어다. 세종대왕함은 지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은하3호) 발사 때 뛰어난 탐지·추적능력은 보여주었으나 요격할 미사일, 즉 알맹이는 없었다. 왜 세종대왕함은 아직까지 요격 유도탄을 보유하고 있지 못할까?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의 비행단계는 발사·추진단계(상승단계), 중간비행단계(상층·고도 100km 이상), 종말단계(하층)의 3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중 가장 유용하고 경제적인 시스템은 미국 일본의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 요격 유도탄을 이용한 상층방어시스템이다. 상층방어시스템은 미사일 비행시간을 길게 포착할 수 있어 북한 노동미사일(300∼1500km)의 경우 400km 거리에서 발사하면 150초의 요격시간이 가능하다. 그에 비해 하층방어에서 요격 가능한 시간은 10초 이내밖에 안 된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에는 하층방어용 요격미사일이 없다. 미국은 우방국에 판매할 목적으로 하층방어용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는데 실패했다. 우리는 더이상 효율도 없는 하층방어 미사일에만 목을 걸고 기다릴 수 없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의 MD정책으로 SM-3 미사일을 우리에게 판매하지 않았다. 대한민국도 중국을 의식해 미국의 MD정책에 가입을 못하다 보니 지금까지 답보상태에 머물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SM-3를 보유하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MD정책과 무관하다. KAMD의 목적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대한민국 생존의 방어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세종대왕함에는 요격 유도탄(SM-3)만 탑재하면 별도의 시설이나 병력의 추가 소요 없이 바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SM-3 한 발 가격이 150억 원인 것은 다소 비싼 감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150억 원은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완벽한 KAMD를 위해 SM-3를 세종대왕함에 조속히 탑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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