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칼럼]훔친 불상은 돌려주는 것이 맞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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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불상의 일본 유출 경위 정확히 밝히기 어려워
한국은 문화재 유출 피해국… 환수 위해 할 일 많다
절도가 분명한 이상 국제적 기준에 맞춰 처리를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부산에서 불과 50km 떨어져 있는 쓰시마는 우리에게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각지의 해안에 자주 출몰했던 왜구의 본거지가 그중 하나다. 왜구는 주로 이 섬에서 출발해 남해안 일대는 물론이고 충청 경기 평안도까지 올라와 약탈을 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편으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교역을 연결했던 곳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이후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단절됐을 때 쓰시마는 적극적인 중개자로 나서 조선통신사 파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섬의 사찰과 신사가 소장하고 있던 불상 2점을 국내 절도단이 지난해 10월 부산항을 통해 가져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중 한 점인 관음보살좌상은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1330년 조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불상은 절도단이 함께 훔친 여래입상과 함께 경찰에 압수되어 문화재청이 보관 중이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일본에 돌려줄 움직임을 보였으나 부석사 측이 “우리에게 소유권이 있다”며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처리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수많은 문화재를 빼앗긴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주로 조선조 말과 일제강점기에 해외로 빠져나간 우리 문화재는 15만 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6.5% 정도인 9751점만 국내에 환수됐다.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각기 수많은 사연을 안고 있다. 약탈 또는 불법으로 반출한 문화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외교와 통상 차원에서 우리가 보낸 것, 외국인들이 합법적으로 구입해 갖고 나간 것도 포함되어 있다. 고려시대에는 외국으로부터 불화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이 잇따랐다. 고려청자의 수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조선시대에는 대장경을 달라는 요청이 일본에서만 65회에 이르렀으며 45질을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우리가 환수를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은 불법 유출 문화재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호하게 뒤섞여 있다. 14세기 왜구가 부석사에 나타나 불상을 약탈해 갔다면 피해자는 우리가 된다. 그러나 절도범이 쓰시마에서 불상을 훔쳐간 것만 놓고 보면 피해자는 쓰시마의 사찰과 신사다.

불법 문화재를 처리하기 위한 국제 기준으로는 1970년 유네스코가 만든 협약과 1995년 위니드루아 조약이 있다.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가입해 있는 조약은 유네스코 협약이다. 이 협약은 불법으로 얻은 문화재는 원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원칙 아래, 선의로 취득한 문화재는 보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에겐 불만족스러운 원칙이지만 아직까지는 보편적인 룰인 셈이다.

부석사 조성 이후 7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이 불상이 불법으로 일본에 유출되었음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쓰시마가 왜구의 본거지였다는 점에서 불법 취득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한일 교류가 쓰시마를 통해 빈번하게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분명한 것은 국내 절도범들이 쓰시마에서 훔쳐왔다는 사실일 것이다.

불상 도난 사실이 알려지고 한국에서 반환을 반대하는 정서가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2015년 한국과 일본의 국립박물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백제특별전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쪽 전시회는 취소됐고, 일본 규슈 국립박물관에서는 원래보다 규모를 줄여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일본의 소장자들이 백제 유물을 전시회에 내놓는 것을 꺼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약탈 문화재를 반환받으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 우리는 반환받아야 할 문화재가 많은 나라다. 그동안 환수 문화재는 56%가 기증 형식으로 돌아왔다. 반환을 위해 해외 소장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중요하다. 절도를 통해 국내에 들여온 불상은 일단 국제적 원칙에 맞춰 돌려주는 것이 옳다.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과는 별개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의 문화 콘텐츠 수출은 52억 달러(약 5조4000억 원)에 이르렀다. 유출 문화재 환수는 많은 국가들이 당면한 이슈다. 문화수출국으로서 걸맞은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외국은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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