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은 ‘평화협력 우호의 바다’ 실천할 의지 보일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9일 03시 00분


한동안 뜸한 듯했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제 전남 신안군 가거도 해상에서 중국 어선 2척은 우리 해경에 적발되자 칼과 돌멩이, 유리병을 던져 해경 4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길이 26cm의 칼이 해경의 허벅지에 꽂힐 정도였으니 저항이 얼마나 격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 어선은 쇠창살로 선체(船體)를 중무장한 ‘철갑선’에 가까웠다고 해경은 설명한다.

2008년과 2011년 우리 해경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졌다. 진압 과정에서 중국 선원이 목숨을 잃은 일도 있었다. 중국은 ‘폭력적 법 집행’이라며 불평하지만 근본 원인은 폭력으로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이 제공하고 있다.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상대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연간 1600척, 6만 t 분량의 어획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 수는 20만 척을 넘는다. 그대로 두면 치어(稚魚)까지 싹쓸이해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릴 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6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서해를 ‘평화협력 우호의 바다’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 불법 조업 어선들은 이 합의를 비웃듯 불법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 어민은 연안이 오염돼 어획량이 줄어들자 불법임을 알면서도 한국 바다로 몰려드는 실정이다.

중국 지도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양국 정상 사이의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 중국이 철저한 단속 없이 ‘평화협력 우호의 바다’라는 말을 되뇌어봤자 ‘립 서비스’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자국 국민의 불법 폭력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오른 나라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한국도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외교 채널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는 식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이 1년에 두 차례씩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협력회의를 강화해 불법 조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 중국의 담당 공무원을 초청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사법 당국자를 우리 해경 선박에 승선시켜 현실을 알리는 방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해경은 중국 어민이 불법 조업의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도록 보다 엄중한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 ‘철갑선’을 타고 온 중국 어민이 살상 무기를 휘두르는데도 느슨한 대응을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국어선 불법조업#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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