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허분쟁에 대한 오바마의 이중 잣대 문제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최종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 탭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ITC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제품이 자사(自社)의 상용 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애플이 제소한 건에 대해 올해 8월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수입금지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ITC의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리라는 것은 대체로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이번 특허분쟁에서 그가 보여준 이중 잣대는 유감스럽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플이 삼성의 표준 특허를 침해한 건과 관련해 올해 8월 최종 결정을 내리면서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금지를 명령한 ITC의 판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 대통령이 ITC의 판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을 차별하는 듯한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무역의 정신을 흐리게 하는 보호무역주의적 행태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백악관은 애플에 주었던 혜택을 삼성에는 주지 않았다”면서 “서울에서는 미국 정부가 편들기를 한다는 또 다른 증거로 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에서 판매가 금지되는 삼성전자의 제품은 구형 스마트폰들이어서 매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온다. 결국 자국 기업에 큰 이득도 주지 못하면서 미국 정부의 체면만 구기는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애플에 대한 미국의 차별적 조치는 시장에서 경쟁과 선택을 제한함으로써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몇 년간 각국에서 자국 기업을 우대하고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견제하는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미국에서 겪은 일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으로서는 미국 같은 대국을 흉내내 보호무역주의로 갈 수는 없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에 이번 결정의 불공정성을 따져야 한다.
#버락 오바마#삼성전자#스마트폰#특허#수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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