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에너지 국제회의로 ‘에너지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에너지총회(WEC)가 13일부터 17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세계 60여 개국의 에너지 관련 장관급 인사를 포함해 140여 개국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미 6000명의 참가자가 온라인 등록을 해 사상 최대의 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칼리드 팔리흐 회장 등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사로 나선다.
에너지 부족 현상은 인류가 당면한 난제 중의 하나다. 개발도상국의 13억 인구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안정적 에너지원을 갖고 있지 못하며, 기후 변화로 대변되는 환경 문제에도 취약하다. 이른바 ‘에너지 3중고’ 속에서 WEC는 획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높은 화석연료 의존 등 해결할 난제가 많다. 당장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전기 품질이 높고 생산비가 싸며 관련 기술도 뛰어난 편이다. 해외 원자력발전 시장에서는 일본 프랑스와 경쟁하는 원전 강국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관련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적극 키워 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 행사를 후원하는 LG와 삼성은 국제 에너지산업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다. 이들 기업은 WEC 한국관에서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냉난방 수요가 적은 시간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시간에 사용하도록 하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실시간으로 전력의 수요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기술, 수소전지를 장착한 전기자동차 등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국내 플랜트 수출 업계도 총집결하기로 했다. 한국의 에너지 기술을 자랑하고 정책 수립이나 미래 방향 설정 등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21회의 에너지총회 가운데 16번이 북미와 유럽에서 열렸다.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하는 것은 1995년 일본 도쿄 대회 이후 대구가 처음이다. 대구는 국내 발전소들이 이어져 있는 동해안 에너지 벨트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이번 총회를 통해 한국을 찾은 세계 에너지 리더들에게 한국이 갖고 있는 힘을 널리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