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흥식]보호관찰소 문제 푸는 실마리 ‘지역사회 관심-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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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1841년 미국 보스턴 법정에서 판결을 받기 위해 벌벌 떨고 서 있던 알코올중독자에게 판사가 구금명령을 내리기 직전 한 남자가 판사에게 간절히 청원했다. ‘제가 그를 한번 바꿔 보겠습니다!’

이 알코올중독자는 구금 대신 자기가 살던 동네에서 3달러의 비용만으로 3주 후 새 삶을 찾게 된다. 죄를 지으면 무조건 교도소로 보내야 하며,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우리 동네가 안전하다는 선입관을 무너뜨린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바로 이 일을 한 사람은 평범한 구두 수선공 존 오거스터스였다. 75세 나이로 죽을 때까지 부랑자, 알코올중독자, 범죄자들의 사회복귀와 재범 방지를 위해 수고했던 그의 노력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미국에서 보호관찰제도를 처음으로 입법화하게 했으며, 그 후 세계 각국에서 보호관찰제도를 속속 도입하게 하였다.

이처럼 보호관찰제도는 형벌 대신에 사회 내에서 교육과 상담과 봉사활동을 통한 형벌로 전환하는 세계적인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1988년에 보호관찰법을 제정하여 1989년 소년범에 대해 최초 실시한 이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선진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에서 보호관찰제도를 교도소 등의 시설 내 교정에 버금가는 범죄자에 대한 국가대응의 한 축으로 빠르게 도입한 것은 단순히 시설 내 교정에 비해 10분의 1의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경제적 이유뿐만은 아니다. 사람을 잘 변화시켜 재범을 막는 데 보다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관찰은 범죄자가 생활하던 지역공동체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허용하는 대신에 정기적인 상담과 교육과 봉사활동 등 준수사항을 엄수해야 한다. 나아가 범죄자가 사회에서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고 잘 적응하도록 함으로써 모두가 안전하게 함께 잘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지향한다. 그러기에 오늘날 세계 각 유명한 도시지역 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가서 자세히 보면 보호관찰소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보게 된다.

최근 경기 성남지역에서 발생한 보호관찰소 이전반대 시위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 여러 사정에 대해서는 잘 이해가 된다. 보호관찰 대상자 범위가 지금까지의 경미범, 과실범, 비행청소년 위주에서 최근에 성범죄자 등 전자발찌 대상자와 징역형 등의 형기가 종료된 이후 출소자들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라서 국민우려가 커지는 것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범죄자는 구금되더라도 일정기간 이후에는 사회로 재진입할 수밖에 없고 출소 후 사회 내에서 적절히 관리하는 게 필요한 조치라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재범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위험 정도에 맞는 적절한 관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공동체가 사회 복귀를 위한 적극적 지원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재범 방지에 더 효과적이다. 보호관찰을 지역사회교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범죄자 처우의 수준은 한 지역공동체의 성숙한 관심과 배려에 비례한다. 특히 비행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는 가족 해체와 가족 기능의 상실, 보호자에 의한 학대, 방임 등과 밀접히 관련된다. 범죄에 대해 비난이나 응징보다는 인간적이고 효과적인 사회복지실천 방법론을 활용한다면 오히려 지역공동체의 결속을 위한 좋은 계기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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