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형 전기차는 ‘요즘 물건’이 아니다. 이미 17년 전인 1996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EV1’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적이 있다. 출력 137마력의 이 차는 최고속도 시속 130km, 한 번 충전으로 최장 16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차체 프레임으로 알루미늄을 사용했으며, 공기역학적 설계로 효율을 극대화했다. GM은 EV1을 임대(리스) 형식으로 시장에 내놨다. 몰아본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배우 톰 행크스는 심야토크쇼에서 EV1을 극찬했다.
▷2003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토록 인기를 끌던 EV1을 전량 수거해 폐기한 것이다. 일부 박물관 전시용 차량을 제외한 1100여 대가 모두 사라졌다. GM은 생산과 연구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배터리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EV1의 단종을 둘러싸고 석유업계의 로비설이나 휘발유차를 만드는 완성차 업계의 배후설 등의 음모론이 나왔다. 이런 소문들은 2006년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란 영화로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음모론 중 하나는 미국 정부 연루설이다. 전기차 때문에 휘발유차가 잘 팔리지 않으면 유류세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로 미국 정부가 미국연방수사국(FBI)을 동원해 EV1을 마지막 한 대까지 찾아내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루머는 평소 미국 정부가 미래학자까지 동원해 치밀하게 세수 계획을 짜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 하와이대 교수는 미래를 예측해 미국 정부에 세수와 입법 관련 도움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신문지상에 가장 많이 나오는 이슈 중 하나가 ‘세수 부족’이다. 8월까지 거둬들인 우리나라 세수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 원 가까이 줄었다.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예측 실패 때문이다. 감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새로운 세원이 어디서 나올지 정확하게 내다보지 못한 것이다. ‘전기차의 시대’가 다가왔다. 자동차 연료에서 엄청난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우리 정부는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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