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택시 요금이 그제부터 오르면서 택시 운전사는 출발 전 승객에게 “기본요금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600원 올랐다”고 안내한다. 하지만 미터기의 기본요금은 예전과 같은 2400원이다. 운전사는 목적지에 도착해 최종 요금에 600원을 더해 받는다. 대다수 택시가 미터기를 고치지 못해 발생하는 일이다. 전체 미터기를 모두 고치는 데는 한 달가량이 필요하다. 거리요금도 144m당 100원에서 142m당 100원으로 올랐으나 이 역시 반영되지 않는 택시들이 많다.
이용자들이 택시 요금을 얼마간 이득 보는 것은 ‘복불복(福不福)’이다. 진짜 행운은 자정 넘어 서울 번화가에서 택시를 잡는 일이다. 빈 택시를 향해 아무리 손을 흔들어 봐야 서지 않는다. 택시가 선다 해도 요금 흥정은 기본이다.
서울 택시는 공급 과잉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자정 넘어 ‘택시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은 서울 택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택시 운전사 가운데 고령자가 많아 야간에 운행하는 차량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인택시라도 승객을 골라 태우지 말아야 하지만 이들에겐 매일 회사에 납입해야 하는 사납금이란 멍에가 있다. 가능한 한 장거리 승객을 태워 사납금을 빨리 채우려는 욕심에 승차 거부나 난폭 운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서울시의 택시 요금 인상 이유는 택시 운전사의 처우를 개선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택시회사들은 요금 인상에 맞춰 사납금을 일일 평균 10만8000원에서 13만 원으로 2만2000원 올릴 계획이다. 요금 인상이 자칫 택시회사의 배만 불릴 수도 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올해 택시 요금을 올리지 않은 곳은 경기도와 인천시뿐이다. 경기도는 이달 중, 인천시는 연말에 인상할 예정이어서 2009년 이후 4년 만에 전국의 택시 요금이 모두 인상된다.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택시 요금의 전국 평균 인상률은 15%다. 하수도비(4.9%)나 도시가스비(4.7%), 시내버스 요금(1.7%) 등 다른 공공요금의 인상률보다 월등히 높다. 그만큼 택시 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의 부담감이 클 것이다. 지방정부는 엄격한 단속을 통해 승차 거부부터 뿌리 뽑고 서비스 질을 높여야 껑충 뛴 택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시민의 불만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