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해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2만5560명 중 796명이 ‘거주지 불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가운데 689명은 제3국에 체류 중이며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과 구치소에 수감된 탈북자도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남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한 사람도 26명이다. 우리의 탈북자 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5년 동안 한국인의 난민(難民) 신청을 받은 국가가 한국 정부에 지문 확인을 요청한 155건 중 126건(81.3%)이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였다. 처음부터 한국에 살지 않고 제3국으로 가기 위해 탈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탈북자 51명은 국내에 들어온 뒤 이민의 길을 택했다.
탈북자도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제3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정부로부터 적지 않은 액수의 지원금을 타낸 뒤 그 돈을 챙겨 제3국으로 가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현재 정부는 정착금 직업훈련비 등의 명목으로 탈북자 1인당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4800만 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북한에서 탈출한 4인 가족이 모두 성실하게 직업훈련에 임한다면 1억 원이 넘는 탈북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외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한국 사회가 탈북자를 정치적으로 박해하고 사회적 차별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과장하는 탈북자들도 있는 듯하다. 위장 망명을 알선하는 조직도 활개를 치고 있다. 그동안 탈북자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영국은 최근 한국 정부에 “위장 망명자를 데려가라”고 요구했다. 캐나다가 한국을 ‘특별 관심국가’로 지정해 한국인에 대한 망명 심사를 강화한 것도 이에 따른 부작용이다.
2003년 이후 검거한 간첩 49명 가운데 21명(42.9%)이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이들 간첩은 국내 탈북자 동향을 파악하고 탈북자를 납치해 북한으로 다시 데려가는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탈북자 간첩이 늘어날수록 다른 탈북자들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북한이 국내 요인이나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인사를 납치하고 테러를 가하는 데 탈북자 간첩을 이용할 가능성도 높다.
탈북자들이 국내에 들어온 뒤 뿌리를 잘 내려야 훗날 남북통일이 이뤄졌을 때 남북한 사회를 잇는 가교가 될 수 있다. 국내 탈북자들을 아우르는 ‘작은 통일’조차 이루지 못하면서 7500만 한민족이 하나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