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장 인사에 속도를 낼 모양이다.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윤상현 의원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그는 그제 “이번 주부터 공기업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안다”며 “당에서 (명단을) 갖다 드렸는데 아직 피드백(반응)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보낼 대선 공신(功臣)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다른 인사들이 대선 때 기여한 전직 국회의원이나 영입 인사의 명단을 청와대에 건넸다고 한다.
공석 중인 감사원장이나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을 포함해 공공기관 인사에 속도를 내야 함은 분명하다. 현재 공공기관 295곳 가운데 13곳은 수장이 없고, 11곳의 수장은 임기가 끝났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도 22명이다. 수개월째 수장이 없는 공기업들은 일손을 놓은 지 오래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해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면 “정부 구성이 늦어진 탓”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구성이 지연된 것은 여야의 공동 책임인지 몰라도 ‘식물’ 공공기관이 속출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 잘못이다. 이 정부 초기에는 검증 부실로 인사 실패가 속출하더니 지금은 인사 지연으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이 점에서 공공기관 인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요구는 타당하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일제히 나서 연일 “대선 공신을 기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가뜩이나 해당 공공기관의 노조는 외부 인사를 기관장으로 임명하면 전문성과 무관하게 ‘낙하산 인사’라고 반대부터 하고 나온다. 떼를 쓰는 듯한 여당의 태도는 노조에 반대 명분만 제공할 뿐이다.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여권 내부의 소통이 막혀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인사의 속도를 내는 동시에 ‘맞춤형 인사’를 해야 한다. 정부 산하 기관장을 관료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은 문제다. 그렇다고 전문성을 무시하고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인사를 한다면 부작용은 더 크다. 해당 기관의 고질적인 문제나 최대 현안을 가장 잘 해결할 사람을 앉히는 것이 최선이다. 대통령이 그 사람을 임명해 무엇을 하려는지 국민이 납득한다면 출신은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가 곧 대(對)국민 메시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