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사업으로 한때를 풍미했던 동양그룹이 제대로 된 성장동력을 갖지 못해 법정관리 되면서 수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는 그룹 경영자가 미래를 보는 데 소홀히 한 결과로 보인다.
현재 우리의 대표적인 수출상품에는 석유제품과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철강판 등이 포함된다. 대기업이 생산을 주도하는 이들 품목의 절반 이상은 ‘스무 살’이 지났다. 수출 메뉴가 고령화된 것이다. 이제 미래를 위해 새로운 품목을 내세울 때가 됐다.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면서 저마다 성장동력이라고 주장하지만, 휴대전화나 자동차 급의 대형 품목은 발굴하기 쉽지 않다.
10년 아니 20년 후에도 그룹을 유지하고 싶다면 미래의 시장이 요구하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누구나 어려워하는 품목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필자는 ‘제조업의 꽃’인 가스터빈을 최상의 아이템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가스터빈은 제트추진동력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항공기용 가스터빈은 소형에 해당되며 필자가 추천하는 것은 중대형 육상용으로 대당 가격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하는 품목이다. 중형 가스터빈은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에 많이 사용되며, 발전용으로 주로 이용되는 대형 가스터빈은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복합발전소에서는 필수적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전력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또 셰일가스가 대량 생산되면서 가스터빈을 이용하는 복합발전소 건설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운전 중인 대형 가스터빈이 다수 있다. 대부분 일본의 미쓰비시,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GE사 제품이다. 국산이라고 표시된 것도 있지만 외국 설계에 의한 국내 가공조립품이며 해외수출은 불가능한 제품들이다. 최근 외국기업이 한국 시장 진출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운전 중인 가스터빈의 유지, 보수, 교체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매년 50조 원 이상의 실적을 가진 해외 플랜트 수주 사업의 외화가득률 제고를 위해서도 가스터빈의 국산화는 필수적이다.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와 발전 플랜트 건설에서는 가스터빈이 거의 예외 없이 필요하지만, 독점적 위치에 있는 외국기업으로부터 가스터빈 공급을 약속받아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사업이익의 상당 부분이 감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삼성그룹 계열사가 20년 후를 내다보고 가스터빈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아쉬운 것은 계열사 한 곳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GE, 미쓰비시, 지멘스 등 세계적 기업그룹이 100년 이상 장수하는 비결이 무엇이겠는가? 우리 기업도 10년, 20년 후 튼튼한 그룹으로 남을 희망을 가졌다면 가스터빈이라는 ‘꽃’을 따는 과감한 시도를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눈을 크게 뜨면 그룹도 오래오래 살리고 국민들에게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가까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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