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 해만 해도 수백 건에 달하는 각종 국제회의가 아세안을 중심으로 개최되었다. 특히, 9일부터 이틀 동안 브루나이에서는 아세안 회원국뿐만 아니라 한중일 등 대화 상대국 지도자들이 한 해 동안 역내 협력을 위해 각국이 보여주었던 헌신과 노력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일부 독자는 이처럼 성대한 잔치가 매년 열리는 곳이 동남아시아라는 점이 흥미로울지도 모르겠다. 자유무역, 환경, 핵무기 등 초국가 의제에 대한 협의체가 구성되고 협상이 진행되는 곳 하면 으레 미국 뉴욕이나 스위스 제네바 같은 도시가 떠오르게 마련인데, 아세안-한중일 협의체(ASEAN+3)뿐만 아니라 미국부터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통해 방대한 내용의 회의를 주도하고 동아시아 지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당사자가 다름 아닌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니 말이다.
아세안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느슨한 협의체로 출범했지만, 45년이 지난 지금은 보다 체계적인 제도와 강력한 협력규범을 기반으로 한 지역공동체를 건설 중이다. 이달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2014년 12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 소식이 발표되었다. 이는 2015 경제공동체 건설을 목전에 두고 있는 10개 아세안 회원국의 지도자를 한국에 초청하여 한-아세안 대화관계 25주년 수립을 기념하고, 우리의 아세안 중시외교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함께 사회주의 혁명을 함께 꿈꿨던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의 현재는 북한과 많이 다르다. 고립을 고수했던 미얀마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세안이라는 거대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전 세계 주요 국가 및 경제지도자를 역내에 불러 모으고, 지역 및 국제협력 의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아세안은 막대한 규모의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있으며, 아세안의 환심을 사려는 주변국들은 경쟁적으로 협력기금 및 기술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사회에 대한 저항과 고립이 최선이 아니며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문을 두드리면 우리나라와 여러 주변국이 이를 환영하고 지원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이후 동아시아는 군사대국, 경제대국의 경쟁과 대결의 장이었다. 하지만 아세안이 더욱 부유해지고 결속력이 강해져 국제무대에서 역할이 확대된다면, 아세안은 물론이고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자협력의 장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다 더 강하고, 풍요롭고, 단결된 아세안을 지지하고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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