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가운데 계열 증권사를 통해 계열사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판매한 곳이 4곳 정도”라고 밝혔다. 정상적으로 CP 등이 유통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혹시라도 동양그룹처럼 부실 계열사 지원 소지가 없는지 4곳을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금감원이 동양그룹에 대해서도 이같이 미리 점검하고 대처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동양그룹은 5년 전부터 경영이 어려워지자 계열 증권사를 통한 채권 및 CP 판매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폭탄 돌리기’를 했다. 개인 투자자의 돈으로 은행 빚을 줄여 은행의 상시 감독 체제를 피했다. 50억 원 이상 CP에 대한 규제를 면하려고 49억 원 이하로 쪼개기 발행을 했다. 온갖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일선 창구의 일은 자세히 모른다”며 발뺌했다.
동양그룹 사태가 피해자 5만 명, 피해 금액 2조 원에 이를 정도로 확대된 데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 금감원은 동양그룹이 계열 증권사를 통해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마구잡이로 파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불완전 판매’ 혐의와 투자자들의 소송 가능성을 보고받고도 묵살했다. 2008년 이후 동양증권을 3차례 검사해 불완전 판매 사실을 적발했으나 기관 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금융 규제가 허술해진 것도 문제다. 2008년 이전엔 신탁회사가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 증권을 취득하는 걸 금지했지만 2009년 2월 자본시장법을 시행하면서 이 조항을 없앴다.
금감원은 금융시장과 기업의 이상(異常) 징후를 미리 포착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금감원 직원의 평균 연봉은 9196만 원(2012년 기준)으로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의 7800만 원보다 많다. 그러나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지난해 LIG그룹의 사기성 CP 발행 등 매년 금융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이 높은 연봉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금융당국은 지금부터 다른 4개 그룹에 대해서라도 이상 징후를 놓치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