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이버 선진국’ 한국이 규범 정립에 리더십 발휘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9일 03시 00분


사이버 공간의 규범과 현안을 논의하는 ‘2013년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가 서울에서 열려 어제 폐막했다. 선진국 중심으로 치러진 2011년 제1회, 지난해 2회 때와는 달리 87개 국가, 18개 국제기구가 참석해 ‘지구촌 총회’로 격상됐다. 이번 총회의 6개 소주제 중 3개는 ‘경제 성장’ ‘표현 자유’ ‘역량 강화’였고, 나머지 3개는 ‘보안’ ‘범죄’ 등 규제 관련 이슈로 어느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주제였다.

이번 총회에서 논쟁의 초점은 ‘누가 사이버 공간을 규율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전통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해온 서방권은 “최대한 민간 차원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러시아 등은 사이버 공간의 담론이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념과 체제에 따라 뚜렷하게 엇갈린다. 이로 인해 이번 총회의 폐회 직전에 채택된 선언문 격인 ‘서울 프레임워크’는 “유엔 헌장을 비롯한 기존 국제법은 온라인에서도 적용된다”는 정도의 원칙을 선언하는 수준에 그쳤다.

한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서 민간의 활력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정부 금융기관 언론사 등 사회 중추시스템을 겨냥한 북한의 사이버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웹(유선)과 앱(무선)을 가리지 않는 사기 등 사이버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국가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헛소문의 온라인 유포로 인한 사회적 폐해,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한 손실도 크다. 사회 전체가 사이버 공간 정화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은 사이버 선진국으로 꼽히는 만큼 입장이 서로 다른 국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민간의 창의를 강조하되, 보안이나 범죄에 대해서는 국가 역할 및 국제공조 강화를 인정하는 조정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사이버 규범의 정립에서도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야 할 책임이 무겁다.
#2013년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경제 성장#표현 자유#역량 강화#보안#범죄#사이버 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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