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중앙은행 女총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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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이스라엘에서 첫 여성 중앙은행 총재가 탄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한 카니트 플루그 부총재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처럼 플루그도 여성차별 논란과 남성 후보자들의 낙마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이컵 프렝켈 JP모건체이스 회장은 몇 년 전 홍콩의 공항에서 ‘슬쩍’한 혐의로 체포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다른 남성 후보자는 거명된 지 이틀 만에 “개인적 이유가 있다”며 석연찮게 물러났다.

▷국제적 명성이 높은 총재감을 찾았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마침내 20일 플루그를 지명하자 야당에서 보기 드문 반응이 나왔다. “과정은 좀 황당했지만 총리가 용감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최선의 결정을 했다”는 찬사가 나온 거다(야당지도자 셸리 야치노비치는 여성이다). 대체 여성 중앙은행 총재가 나오기가 왜 이리 힘든 걸까. 세계 177개 중앙은행 가운데 여성 총재는 옐런과 플루그까지 19명이다. 주요 국가로는 미국과 러시아 정도다.

▷인재풀이 작고, 가정과 병행하기엔 격무이고, 경제학 전공자부터 적고… 같은 설명도 맞다. 하지만 말 못할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중앙은행은 독립성이 필수다. 그러면서도 중앙은행장의 목표와 정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신뢰는 기본이다. 정권핵심과 그런 끈끈한 ‘클럽’에 속한 여자가 얼마나 될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캐럴라인 프런드의 지적이다.

▷리먼 브러더스가 아니라 리먼 시스터스였다면 2008년의 금융위기는 없었다는 주장이 있다. 여성은 대체로 남성들보다 원칙에 철저하고, ‘물정 모르는 정의감’도 강한 편이다. 최근엔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여성 심사원인 카르멘 세가라가 2012년 골드만삭스의 소비자 이익침해를 문제 삼았다가 해고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시끄럽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사 52곳 임원 중 여성이 1.8%인데 유독 소비자보호 분야만 여풍(女風)이다. 여성 중앙은행장이 금융판을 바꿀까, 아니면 중앙은행장이 되기 위해 여성이 바뀌어야 하나.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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