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웹사이트 부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사이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시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웹사이트 부실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서 “미국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들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연방정부 잠정폐쇄(셧다운)와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 미국 정치권에서는 요즘 오바마케어 웹사이트를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정쟁이 벌어질 조짐을 보인다. 오바마케어 가입의 핵심 관문인 웹사이트는 1일 문을 열었지만 자주 접속장애를 일으켜 국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웹사이트 부실을 거론한 것은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받는 오바마케어의 혼선에 대한 대국민 사과이자 이 문제가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웹사이트 부실을 시인하자 공화당은 오히려 머쓱해졌다. 웹사이트 부실을 오바마케어 자체의 결함으로 몰고 가며 총공세를 펴려던 공화당은 일단 웹사이트 개선 상황을 지켜보자는 태도다.
오바마 대통령은 탁월한 연설가라는 평이 많지만 사실 그동안 정책 현안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히기를 꺼려왔다. 미국 대통령들이 자주 하는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을 오바마 대통령은 6개월에 한 번 할까 말까 해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실종”이라는 농담도 나돌았다.
그러나 2기 들어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과 적극 소통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기 소지, 이민법 개혁 등 현안이 생길 때마다 연설을 자청해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다. 시리아 공습 결정 과정에서도 ‘약한 리더’로 비칠지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의회 승인을 요청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비록 당장은 반대에 부닥칠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고 정국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웹사이트 부실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 사과한 것을 두고 미국인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대통령의 애정과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는 국가정보원 사태 등 혼선을 빚는 여러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침묵이 계속되는 한국의 상황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보며 ‘국민 화합의 리더십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가진 사람이 비단 기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