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8월 하순쯤이다. 변호사의 전언에 따르면 검사는 아나운서인 아내와의 뜬금없는 ‘파경설’을 듣고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부부는 잘 지낸다, 헛소문이니 주변에도 널리 알려 달라고. 이런 메시지를 두 차례 보내고 나면 끝날 줄 알았다. 내가 떳떳하니까. 파경설은 사실이 아니니까. 그런데 가깝게 지내던 이들마저 소문이 사실인 양 안부를 물어왔다. 검사는 절감했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루머를 믿는다는 것을.
그래서 소문이 무서운 거다. 말이 안 되는 소리도 자꾸 듣다 보면, 믿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이를 ‘정보의 폭포현상’이라고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틀릴 리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짓임을 아는 이도 굳이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소문을 주고받는 건 사회적인 행위다. 모든 사람이 유명인의 파경설로 신이 나 있을 때 “확인 결과 그 소문은 거짓이다”라고 하면 ‘흥을 깨는 사람’이 돼버린다. 거짓말에 속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심리적으로 불편해서라는 분석도 있다(니컬러스 디폰조의 ‘루머사회’).
결국 검사는 8월 30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소문이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는 동안 수사는 거북이걸음을 했다. 카카오톡으로 소문을 유포한 사람을 잡으려면 휴대전화나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다. 카톡 문자를 역추적할 때마다 영장 청구-발부-집행이라는 3일간의 과정을 거쳤고 이를 5, 6회 반복한 끝에 유포자들을 찾아냈다. 이 중 1명은 검사의 파경설을 블로그에 올려 광고 수수료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검사는 매일 새벽 인터넷에 올라온 파경설과 연관 검색어를 찾아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다. 지우면 올라오고, 지우면 올라왔다.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던 시절 루머는 생성-확산-소멸의 생명주기를 따랐지만 디지털 세계에선 불멸의 괴물이 돼버렸다. 20년 차 검사의 루머 지우기는 11일 검찰이 모 일간지 기자와 블로거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40일간 계속됐다.
루머에는 법적 대응이 최선이다. 검사 파경설 유포자 2명이 23일 구속기소됐고, 루머도 인터넷에서 자취를 감췄다. 장용호 서강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법적 대응이 시작되면 루머가 일정 규모 이하로 줄어드는 안정기가 늦게 찾아온다. 수사 착수로 죽어가던 루머가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임신설에 시달리는 어린 여가수도, ‘스폰’설로 경악한 한류 스타도 법적 대응을 꺼린다. 하지만 안정기는 늦게 찾아오되 유포자들의 숫자는 확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정감사에선 검사처럼 루머의 피해자가 요청하면 포털이 문제의 글을 삭제하거나 못 보도록 막는 ‘임시조치’가 논란이 됐다. 글을 올린 이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임시로 가려놓았던 글은 30일 후 삭제된다. 올 8월까지 ‘임시조치’된 글은 22만7000여 건이고, 이의제기를 통해 다시 게시된 글은 5720건이다. 최재천 민주당 의원은 임시조치 제도에 대해 “포털의 사적 검열이고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올리지 말았어야 할 글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도 된다. 22만7000여 개의 지워진 글에는 검사의 파경설도 있을 것이다. 숫자만 세기보다 무엇이 지워졌고, 다시 게시됐는지 헤아려봐야 하지 않을까. 루머 올리기를 막을 수 없다면 루머 지우기라도 허용해야 한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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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4 19:21:42
정보의 폭포 현상을 가장 잘 이용해 먹는 민주당입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도 자꾸 듣다 보면, 믿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면 그럴듯하게 들리는데 이것이 정보의 폭포현상. 민주당은 정보의 폭포현상을 밥먹듯 써먹어 국민은 민주당 안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