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자 @뉴스룸(‘그림의 떡’ 진해야구장)을 통해 창원시가 진해에 지으려는 야구장이 접근성이 떨어져 문제가 크다고 썼다.
일주일 뒤인 14일. 창원시의회 관계자들이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이 열리는 목동구장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에게 ‘KBO-NC의 새 야구장 입지변경 요구와 행정간섭 중단 촉구 결의안’을 전달했다. 이 안에는 ‘KBO의 타당성 용역조사는 신뢰할 수 없다. 언론플레이로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에 찾아오거나 결의안을 우편으로 보내달라는 KBO의 요청을 묵살하고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을 찾았다가 양 총장이 없자 목동까지 와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누가 봐도 남의 잔치에 재를 뿌리는 행동이었다.
NC는 다음 날 성명서를 통해 “10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는 새 야구장 건립이 정치권의 담합과 짜맞추기식 용역조사로 계속 진행된다면 야구장은 전시행정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것이다. 창원시가 계속 시민의 의견을 외면하고 구단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구단은 KBO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모든 대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NC가 이전과 달리 강경한 입장을 밝히자 KBO는 8일에 열렸던 이사회 결과를 뒤늦게 확인해 줬다. 신생구단 KT를 포함한 10개 구단이 진해구장을 쓰지 않기로 결의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양 총장은 “모든 구단 사장이 진해구장의 접근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연고 구단 NC의 결정을 존중해 곧바로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창원시는 ‘유령 구장’을 짓는 것이다.
다른 구단들도 왜 진해구장을 가지 않겠다고 한 걸까. 간단하다. 프로야구는 흥행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의 경우 홈팀이 입장 수익의 78%, 방문팀이 22%를 가져간다. 관객이 적으면 방문구단의 수익이 준다. 게다가 특정 지역의 흥행 부진은 프로야구 전반적인 성장을 해치는 요소다. 평균점수를 크게 깎아 먹는 것이다.
오늘 안전행정부의 지방재정 투·융자심사원회가 열린다.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신규사업은 중앙정부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총 1280억 원이 들어갈 예정인 창원시의 야구장 건립과 관련해서는 국고 3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어서다. 진해구장은 1, 2차 심사 때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이번이 올해의 마지막 기회인데 차라리 또 재검토 판정을 받아 사업이 유보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야구장 건립이 늦어지더라도 진해 아닌 곳을 선정해 새로 심사하는 게 낫다는 게 야구인 대부분의 생각이다.
창원시는 ‘시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야구장의 위치는 ‘시정(市政)’이 아닌 ‘시장(市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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