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필직론’]이런 검찰 보고 어떻게 국민에게 법 지키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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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검찰은 ‘전쟁’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범죄와의 전쟁’ 등. 군대 용어를 빌려 쓸 정도로 험난한 일을 한다는 뜻일 것이다. 수사도 전쟁이지만 기소 후 치열한 법정 다툼도 전쟁에 비유된다. 그래서인지 검찰은 군대와 닮은 점이 많다.

군인은 국가를 위해 싸우며 검사는 사회정의를 위해 싸운다. 개인의 목적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목적을 위해 싸워야 할 책임을 가진다. 군인이나 검사 모두 국민의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대와 검찰은 국가안보와 사회정의를 독점하려 한다. 국민의 대리인이면서도 내가 아니면 누가 이 나라와 사회를 지키느냐는 자부심이 지나칠 때가 있다. 군대와 검찰 모두 전쟁을 위한 조직인 만큼 힘이 세다. 군대는 총칼로, 검찰은 기소권으로 힘을 행사한다. 힘이 센 만큼 그것의 남용이 두려운 집단이다. 강한 자부심에다 힘까지 가졌으니 개인적인 정치욕망에 흔들리기 쉽다. 한국의 경우를 보라. 정치군대와 정치검찰은 그들의 다른 이름이었다. 한국 현대사에서만도 두 번의 군사 쿠데타가 있었다. 어느 정권 때에도 검찰의 정치적 행위가 말썽을 빚지 않은 적이 없었다.

역사적으로 어느 나라이든지 군대와 검찰의 통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군인이나 검사 모두 개인 목적을 위해 힘을 사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더욱이 적군이나 범죄자와 싸워야 하는 적대적 환경은 군대와 검찰 모두 목적을 위해 수단을 쉽게 정당화하도록 만든다. 군인은 작전 정보를 캐내거나 곧 닥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는 동료의 희생에 대한 보복을 위해 포로를 고문하거나 양민을 학살하기도 한다. 검사는 살인범을 체포하고 부패 공무원을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강압 수사나 증거 조작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군대와 검찰은 어떻게 싸워야 하는 것이 왜 싸워야 하는 만큼 중요하며, 목적이 언제나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기본 인식을 가져야 한다. 죽고 죽이는 격렬한 전쟁터에서조차 자신들의 결정적인 힘이 조직 내부나 외부의 규칙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작전이나 수사의 현실이 그러한 제한과 충돌하더라도 검사와 군인 모두 통제의 틀 속에서 싸워야 한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포로에 대한 가혹 행위는 국제법이 제재를 하며, 강압수사는 재판이 명백한 흉악범조차 무죄로 풀어준다. 군대의 일탈은 적군의 항전 의지를 높여주는 대신 국민들의 전쟁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떨어뜨린다. 검찰의 일탈은 국민들이 법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한다. 국민들은 아무리 나라를 구한다는 숭고한 목적이 있더라도 쿠데타를 일으키면 군대의 존재 자체를 회의한다. 사회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목적이 있더라도 고문으로 범죄자를 죽게 한다면 검찰의 존재 이유를 거부한다.

그래서 어떤 조직보다 엄정한 통제가 필요한 곳이 군대와 검찰이다. 법과 규칙에 따른 엄정한 지휘체계가 일선 전투나 수사에서 어떤 법 절차 위반이 없는지, 군인이나 검사들이 윤리와 규칙에 맞게 책임성 있게 행동하는지를 규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지휘체계가 위반을 용서하고 무시하는 것보다 더 큰 위반은 없다. 지휘체계가 무너질 때 군대도 검찰도 무너진다.

한국 군대의 지휘체계는 심각한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다. 육군참모총장이 인사안을 들고 수경사령관을 찾아가 의논한 적이 있었다. 거침없는 대대장, 연대장의 눈치를 사단장이 살피기도 했다. 최고의 장교들이 모였다는 하나회의 전설(?) 가운데 일부이다. 하나회 선배들은 후배들의 자리를 철저히 챙겨주고, 그들의 오만함조차 용기라고 부추겼다. 국민이 아니라 선배를 위한 호위무사들이 즐비했다. 정상적 지휘체계가 작동하는 군대가 아니었다. 그러니 보안사령관이 국군통수권자의 승인도 없이 상관인 계엄사령관을 습격, 체포하는 반란이 일어났던 것. 구국이란 목적이 불법 병력 동원이란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통제하기 어려운 군인의 정치적 욕심에 나라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20여 년 전 하나회가 뿌리 뽑히면서 이제 그러한 일들은 상상조차하기 어렵다. 어느 국민도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항명을 불사할 조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 검찰의 지휘체계는 혼돈을 넘어서 부재 상태이다. 국민들이 지켜보는데도 지청장이 상관인 “지검장을 모시고 사건을 끌고 가기 어렵다”고 공박하는 항명이 일어났다. 그런 방식은 어떤 목적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런 사태는 특수통과 공안통의 오랜 세력 다툼의 결과라고 한다. 그런 갈등이 있다는 사실이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검찰로서는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일. 그것이 대낮 큰길에서의 싸움처럼 번진 것은, 통제의 틀 속에서 전쟁을 치러야 할 검찰의 존재를 무색케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군대와 검찰은 닮았다고 했으나 한국의 검찰은 한국군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검찰보다 군대가 낫다. 외부의 힘에 의해 지휘체계를 복구할 것인가. 검찰 내부의 반성과 자정이 절실하다.

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검찰#국가안보#통제#군대#지휘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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