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에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참전하여 전사한 3만7645명의 유엔군 전사자 이름을 새긴 명비(名碑)가 세워져 있다.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유엔군 전사자 명비 앞에는 참전용사를 포함하여 수많은 관람객의 추모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이임한 전 한미연합사 사령관인 제임스 셔먼 장군은 고향인 오클라호마 주(미국은 전사자가 많아 주 단위로 명비가 있다) 명비 앞에서 자기 동네 아저씨 이름을 가리키며 숙연한 모습으로 묵념을 하기도 했다. 당시의 전사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큰 감명을 받는다. 아울러 매주말이면 수도권 지역의 청소년 자원봉사단 학생들이 전쟁기념관을 찾아 명비 주변을 청소하고 헌화하며 추모행사를 하는데, 이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있기에 나라가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국가의 존망이 기로에 서 있을 때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했던’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전투 및 전투지원 참전 21개국은 물론이고 6·25전쟁 발발 후 1952년 9월 15일까지 유엔 회원국 45개국(당시 유엔 회원국 59개국)과 비회원국 3개국 정부는 4억7000여만 달러 상당의 기부금과 물품을 제공해 대한민국을 살려냈다. 어제는 68회째 맞는 ‘유엔의 날’이었다. 유엔의 날은 세계 평화와 안전을 목표로 유엔이 창설 발족된 1945년 10월 24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제적 기념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날은 1976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기 이전까지 중요한 국가기념일이었다. 하지만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 유엔의 날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나 6·25전쟁 등 근현대사에서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는 유엔의 날을 맞아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넋을 기리고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하였다. 2013년을 기준으로 유엔 정규 예산의 1.994%인 5100만여 달러를 분담하고, 세계 15개국에 1159명의 한국군 장병들이 파병되어 세계평화유지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민주화 경험, 새마을 운동 등을 어려운 나라들에 전수하고 있다. 우리가 어려울 때 유엔 회원국들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앞으로도 우리는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더욱 기여해야 할 것이다.
60년 전, 빈곤과 전쟁으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다. 유엔의 도움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웠던 지난날을 기억하며 이제는 지구 저편에서 빈곤과 내전에 시달리는 나라들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희망의 증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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