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 사건, ‘한 점 의혹’ 남기지 말되 강압 수사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5일 03시 00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어제 “검찰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황 장관은 “이번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고, 엄정히 공판에 임해 정확한 진실을 국민들께 알려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의 볼썽사나운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지휘 책임자가 엄정한 수사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댓글이든 트위터든 혐의가 포착된 이상 검찰이 진상 규명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 지휘부와 수사팀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축소 수사 압력을 가한다거나, 진상 규명의 의지가 미흡한 듯한 인상을 준 것이 사실이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든 이런 인상만으로도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어제 황 장관의 발언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남은 일은 검찰이 흐트러진 내부 기강을 다잡고 국정원 사건의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당한 수사라고 하더라도 적법 절차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맡은 검찰 수사팀은 국정원 직원 4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이 가운데 3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내부 보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사전에 국정원에 통보할 의무를 규정한 국가정보원직원법도 어겼다.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더구나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하면서 한국가스공사 직원을 사칭해 집 안으로 들어가고 압수 목록이 담긴 서류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한다. 수사 과정에서도 수사팀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반말을 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 국정원의 전언이다. 일반인을 수사할 때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정원 직원을 수사할 때 지체 없이 국정원장에게 통보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은 국정원 직원들을 특별 대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안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국정원 직원들의 특수성 때문이다. 국정원 직원이라고 특별히 봐줄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적법 절차를 어기면서까지 과잉 수사를 해서도 안 된다. 검찰의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남의 불법 행위를 밝혀내겠다고 나선 사람들일수록 스스로 적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 절차적 흠결을 가진 수사는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검찰도, 국정원도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출발점은 매사 법과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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