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사업장에 속속 강성 노조가 들어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강성으로 분류되는 ‘노사협력주의 심판연대’ 소속 후보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 회사에 강성 노조가 들어선 것은 2001년 이후 12년 만으로 1995년 이후 19년째인 무(無)분규 노사협상 타결 전통이 깨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GM 노조도 강성인 ‘전진하는 노동자회’ 소속이 이끄는 새 집행부를 최근 출범시켰다. 현재 노조위원장 선거를 진행 중인 기아자동차와, 다음 달 실시하는 현대자동차에서도 강성 노조위원장의 당선이 유력하다.
강성 노조 바람이 부는 것은 ‘떼쓰면 돈 나온다’는 이른바 고성불패(高聲不敗) 인식이 확산된 탓이 크다. 현대중공업과 한국GM 등 강경파 위원장이 취임한 노조들은 큰 폭의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귀족 노조’의 대표 격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런 풍조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 30만여 대씩 주문이 밀려 있어도 노조가 특근을 막고, 노는 일손을 다른 차종의 생산라인에 투입하지 못하게 하는데도 1인당 1억 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곳이 현대자동차다.
그리스의 경제 위기는 공공부문의 비효율성, 과다한 사회보장제도와 취약한 제조업 경쟁력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강성 노조가 정권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커 구조 개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시(市)도 GM, 포드 등의 강성 노조 때문에 공장이 다른 곳으로 떠나가 버리는 바람에 도시의 경쟁력을 잃고 결국 파산했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못 늘리는 가장 큰 이유가 고용의 경직성이다. 비정규직 차별 문제도 강성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장기 파업으로 기업이 공중분해될 뻔했던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의 사례가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노조가 경영의 발목을 잡으면 회사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일자리는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다. 그때는 후회해도 이미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