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식에 어긋나는 국민참여재판의 ‘나꼼수’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5일 03시 00분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시사IN’ 기자 주진우 씨와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 김어준 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환수)는 국민참여재판(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무죄 권고를 받아들였다. 주 씨 등은 박지만 씨가 그의 5촌 조카 피살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재판은 공동체의 상식과 법 감정을 재판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번 재판은 박 씨가 살인 범죄를 사주했다는 의혹을 다룬 것이다.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박 씨의 매형 신동욱 씨의 주장은 대법원에서 허위로 확정됐다. 허위에 근거해 살인 사주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처벌받지 않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주 씨 등은 신 씨의 말을 사실로 믿을 만한 상당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정인을 중범죄인 살인의 배후로 지목하려면 좀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부터 형사합의부 사건 전체를 참여재판으로 진행하고 있다. 배심제의 경험이 일천한 나라에서 일반 범죄라면 몰라도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언론과 선거 관련 범죄를 참여재판에 맡긴 것이 무리였는지 모른다.

참여재판은 영미식 배심제를 모방했다. 영미식 배심제에서 평결은 만장일치이고 의견이 엇갈리면 다시 배심원단을 구성한다. 우리나라 참여재판의 평결 성립 기준은 과반(過半)이다. 주 씨가 박 씨 의혹을 ‘시사IN’ 잡지에 실은 데 대해 배심원 9명 중 6명은 무죄, 3명은 유죄로 판단했다. 주 씨와 김 씨가 같은 의혹을 ‘나꼼수’에서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5명이 무죄, 4명이 유죄로 판단했다. 배심원 평결은 ‘권고’의 효력을 지녀 재판장이 꼭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과반이라는 이유만으로 판사가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너무 기계적이다.

올해 3월 대법원 국민사법참여위원회는 배심원의 평결 절차나 내용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지 않으면 배심원의 유무죄 판단을 판사가 따르도록 하고, 그 대신에 평결 기준을 ‘4분의 3 이상’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법원에서 평결의 구속력은 이미 높아졌으나 새 평결 기준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이번 평결은 이런 불일치 속에서 나왔다. 검찰은 항소해 상급심 판결을 받아보아야 한다.
#나꼼수#국민참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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