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모 후보 퇴짜 놓으려면 처음부터 낙하산 보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6일 03시 00분


한국도로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어제 사장 재공모를 공고했다. 도로공사는 앞서 13명의 지원자 중 두 명의 전직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전·현직 도공(道公) 부사장 등 4명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사흘 전 재공모를 결정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청와대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다.

지난주 국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도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코레일은 8월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 3명을 추천했지만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일부 추천위원에게 정 이사장을 밀어 달라고 전화한 사실이 드러나 백지화했다. 결국 재공모를 거쳐 친박(친박근혜) 인사인 최 사장이 낙점됐다. 이 일이 있은 후 청와대는 특정 인물을 밀지는 않지만 원하는 인물이 최종 후보군에 안 들어가면 재공모를 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럴 바에야 처음부터 낙하산 후보를 내려보내는 편이 행정 낭비를 줄이는 길이다.

‘공공기관장 공모제’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선발한다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바람에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인 작년 12월 “공기업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선임되고 있다”고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다. 박 대통령이 밝힌 공공기관 인사 원칙은 전문성도 있고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도 맞는 인물을 고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철학’을 앞세운다면 과거 정부의 ‘코드 인사’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본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초 잡음 없는 공공기관장 인사 원칙으로 공모제를 하려면 제대로 하고, 논공행상식으로 나눠먹기를 하지 말며, 지역-학교 편중 인사를 피하라고 제안했다. 아무리 보은(報恩) 인사 요구가 들끓어도 중요한 것은 역시 대통령의 의지다. 경쟁력 있는 인사를 임명해야 부실·방만 경영을 혁신해 부채를 줄이고 성장도 견인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사장 재공모#낙하산 인사#국토교통부 국정감사#공공기관장 공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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