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가 가장 힘들었다. 참 많이 울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군지 아는 한 노장 정치인이 감옥 생활을 회고하며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정치인과 재벌, 권력기관장들은 검찰과 ‘인연’이 깊다. 잘나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며 정치권력의 무상함을 실감한다.
▷불법 정치자금의 유혹, 배임과 횡령의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인과 기업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다. 감옥을 몇 차례 들락거린 사람 얘기를 들어 보면 맨 처음 갈 때는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는 바람에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옥살이를 체험하다 보면 다시는 감옥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한단다. 그래서인지 제일 겁이 날 때는 두 번째 구속될 때. 옥살이의 괴로움을 뼈저리게 깨닫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골이 나서인지 두 번째보다는 덜 불안하다는 체험담이다.
▷역대 국세청장 19명 가운데 8명이 금품 비리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대한민국에서 기관장이 가장 많이 감옥 가는 데가 농협중앙회와 국세청”이라고 했는데 빈말이 아닌 듯하다. 검찰총장 국정원장 경찰청장과 함께 4대 권력기관장에 꼽히는 국세청장이 자주 감옥을 들락거리는 것은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징세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치부의 수단으로 착각한 탓이 아닐까.
▷노무현 정부에서 국세청장(2006년 7월∼2007년 11월)을 지낸 전군표 씨가 그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다가 안경을 벗고 서럽게 울었다. 2008년 구속돼 징역 3년 6개월에 추징금 7947만 원을 선고받았던 그는 이번엔 CJ그룹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또 구속돼 징역 4년과 추징금 3억1740만 원을 구형받았다. 전 씨는 “돈 받고 세무조사 봐주는 파렴치한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며 읍소했다. 2008년에도 재판 때마다 결백을 주장하며 눈물을 흘렸던 전 씨다. 검찰 구형량으로 따지자면 국세청장 1년 4개월 하고 7년 6개월 옥살이를 할 판이다. 지금 흐느끼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안타깝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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