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경재]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박경재 세종대 석좌교수·전 동우대 총장
박경재 세종대 석좌교수·전 동우대 총장
교육부가 2023년까지 대학입학 정원을 16만 명가량 줄이는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불과 5년 후에 대입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자 수보다 많아진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겠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역할 및 기능 정립 문제다. 현재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구분 없이 4년제 대학은 모두 종합대로서 모든 학문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력 공급 측면에서 국·공립대는 사립대가 양성할 수 없는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는 등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아무런 차이점 없이 오로지 등록금이 싼 덕분에 지방 명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국·공립대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구 규모와 산업 여건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 대학의 적정 규모가 얼마인지부터 파악한 뒤 지방 국립대 통폐합 등 과단성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방대와 수도권대에 동일한 평가기준을 적용할 것인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지금처럼 학생충원율과 취업률 등을 중심으로 같은 잣대를 적용할 경우 지방대와 전문대의 정원만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경우 수도권대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평가기준에 관한 것이다. 전국의 대학을 상위권, 하위권, 최하위권 등 3단계로 구분해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처럼 충원율과 취업률, 교수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등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할지, 새로운 평가기준을 개발해야 할지 등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학에 대한 각종 재정지원 계획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두뇌한국 국책사업인 BK21과 BK21플러스,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사업, 산학협력우수대학, 교육우수대학지원 등 현행 재정지원 계획은 전체적인 일관성이 없이 프로그램 단위로 신설된 결과 지원 대학 수, 지원 기준, 지원 규모 등에서 대학 구조조정과는 맥락이 다르며, 지원 대학이 지나치게 많아 국가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대학의 생명은 학문의 자유를 비롯한 자율성이다. 대학의 생명이 걸린 구조조정을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국가 주도로 시행할 경우 대학의 반발은 차치하더라도 구조조정의 당위성과 효과를 의심받을 것이다.

박경재 세종대 석좌교수·전 동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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