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참여한 ‘미래과학콘서트 분자과학연구 심포지엄(MFS) 2013’이 28, 29일 고려대에서 열렸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주최해 온 MFS는 그동안 스웨덴에서만 열렸으나 이번에 장소를 옮겨 한국에서 개최됐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역량과 과학기술 수준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고려대와 스웨덴 왕립과학원 및 산하 분자과학연구재단(MFF), 싱가포르 난양공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1993년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로버츠, 2006년 노벨생리학상 수상자 앤드루 파이어, 여성으로서 200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아다 요나트,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아리에 와르셸 등 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저명 과학자 12명이 연사로 나서 강연과 토론을 했다.
세계 석학들이 선배이자 멘토로서 과학자를 꿈꾸는 고교생들에게 조언을 해 준 28일 행사는 열정과 감동으로 가득 찬 자리였다. 참가 학자들은 학생들에게 “교과서 안의 과학 지식에 머물지 말고 호기심을 따라 바깥으로 과학 여행을 떠나라” “과학은 퍼즐 맞추기와 같다. 맞추기 힘든 것을 끝까지 붙들고 답을 캐내는 과정이 쾌감을 준다”고 말했다. 와르셸 씨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을 때 사람들이 나에게 틀렸다고 했었다”며 “새롭게 사고하고 뜨겁게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한국 학생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실시하는 국제적인 학업평가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면서도 창의력과 학업만족도에서는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 해결보다는 주어진 정답 맞히기에 급급한 교육 탓이 크다. 과학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는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적으로 기초과학의 기반이 잘 축적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아직 과학 부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상태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결과보다 과정에 가치를 부여하는 분위기가 싹트지 않으면 ‘과학 한국’은 먼 나라 얘기일 수 있다. 한국이 노벨상을 의식하지 말아야 오히려 노벨상 수상이 빨리 실현될 수 있다는 외부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행사에서 과학 꿈나무들은 석학들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시종 눈을 반짝이며 경청했다. 한국 과학의 미래가 어둡지 않음을 보여 준다.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한 학생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즐겁게 탐구하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것이 사회와 교육기관, 어른들의 몫이다. 미래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가 이들 속에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